2025년엔 세계 인구 60%가 ‘타는 목마름’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물은 사라지고 부표만 덩그러니스페인 과달라하라 주 사세돈의 엔트레페나스 저수지에 떠 있던 부표가 가뭄으로 저수지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지난해 8월 모습이지만 지구촌의 물 부족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엔은 22일 ‘물의 날’ 주제를 ‘물 부족에 대한 대처’로 정하고 물 부족 해결을 위한 국가 간 협력에 나서고 있다. 사세돈=EPA 연합뉴스
물은 사라지고 부표만 덩그러니
스페인 과달라하라 주 사세돈의 엔트레페나스 저수지에 떠 있던 부표가 가뭄으로 저수지 바닥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지난해 8월 모습이지만 지구촌의 물 부족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엔은 22일 ‘물의 날’ 주제를 ‘물 부족에 대한 대처’로 정하고 물 부족 해결을 위한 국가 간 협력에 나서고 있다. 사세돈=EPA 연합뉴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 기후 변화로 인류의 젖줄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 최장의 나일 강은 지구 온난화로 강물 수위가 날로 낮아진다. 동남부 유럽에서 흑해로 흘러드는 다뉴브 강은 주변에 댐이 많아져 습지의 80%가 사라졌다. 미국과 멕시코의 주요 식수원인 리오그란데 강도 말라 간다.

아시아 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환경보호단체인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은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협받는 10대 강 가운데 5개가 아시아 지역에 있다고 밝혔다.

22일 제15회 ‘세계 물의 날’을 앞두고 유엔기구를 비롯한 세계의 연구기관들은 ‘물의 재앙’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했다.

▽말라 가는 젖줄, 파괴되는 생태계=WWF의 보고서 ‘위기에 처한 세계의 주요 강’에 따르면 규모가 큰 강 177개 가운데 발원지에서 바다까지 자연 그대로 흐르는 강은 21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강은 물 부족 등으로 이동성 어류의 서식지가 파괴돼 1만여 종의 담수어종 가운데 20%가 멸종됐거나 멸종될 위기에 처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다뉴브 강은 운하와 댐 건설, 바닥 준설로 강 유역의 6.6%만이 온전히 보호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양쯔(揚子) 강은 급속한 산업화와 댐 건설, 농업용수 사용 등으로 지난 50년 동안 오염도가 73%나 높아지면서 한반도와 면한 황해(서해)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18년 후엔 인류의 60%가 물 부족 겪는다”=지난 세기에 인구는 두 배 증가한 반면 물 사용량은 6배 늘었다. 2030년까지 식량 수요가 55% 늘어나 깨끗한 물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지만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의 양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은 최근 ‘세계 물의 날’ 관련 보고서에서 2025년에는 18억 명이 절대적으로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살 것이며 3분의 2가 물 부족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도 2025년에는 9억400만 명, 2050년에는 24억3000만 명이 물 부족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물 공급 위생 협의회(WSSCC)’는 19일 “세계인 6명 중 1명꼴인 11억 명이 안전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5명 중 2명(24억 명)은 적절한 하수 시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물 불평등’도 심각, 빈곤의 악순환 초래=국가별 ‘물 불평등’ 문제도 심각하다. 1인당 하루 최소 50L의 물이 필요하지만,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주민들은 10L 미만으로 살아간다. 반면 선진국 국민들은 300∼600L를 소비한다.

깨끗한 물을 적절히 공급받지 못하는 것은 빈곤과 질병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물이 부족하면 위생상태가 불량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되며 농업용수 부족으로 식량 생산이 줄어든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개발국에서는 전쟁이나 질병보다 물 부족이 더 큰 재앙이다. 인도에서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으로 인한 아동 사망률이 0.7%인 반면 설사로 인한 사망률은 20%에 이른다.

▽지구촌 곳곳 ‘물 분쟁’ 심각=전문가들은 물 부족 현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물을 차지하기 위한 심각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한다.

2개국 이상을 걸쳐 흐르는 국제 하천만 50여 개국의 300여 개에 이르며 세계 인구의 35∼40%가 인접국과 공유하는 하천에 의존한다. 이에 따라 자국의 물 확보를 위한 유량 관리 노력이 국가 간 분쟁으로 이어진다.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분쟁의 이면에도 물 문제가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 수단 남부 다르푸르 대량 학살 사태도 물 부족과 이에 따른 농지 부족이 큰 요인이다.

터키는 유프라테스 강에 댐과 발전소를 세우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 때문에 시리아와 전쟁 직전까지 갔다. 중국과 인도도 2000년 브라마푸트라 강의 물줄기를 바꾸는 문제를 놓고 큰 갈등을 겪었다. 이집트 에티오피아 수단도 나일 강 사용을 놓고 물 분쟁을 벌여 왔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물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후 변화나 환경 문제처럼 지구촌 차원의 공조와 협력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엔은 22일 제15회 ‘세계 물의 날’ 주제를 ‘물 부족에 대한 대처’로 정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공론화할 계획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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