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위안부 망언… 마지못한 사과

  • 입력 2007년 3월 27일 02시 56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 군위안부 문제에 “총리로서 지금 당장 사과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위안부 강제 동원 문제의 견해를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하고 “고노(河野)담화에 쓰여 있는 대로다”라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또 “여러 번 언급했듯이 어려움을 겪었던 분들에게 동정을 느끼며 당시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해 국제적인 비판을 받자 11일 NHK에 출연해 “마음으로부터 사과하는 마음에는 (전임 총리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비하면 “당장 사과한다”는 이번 발언은 약간 진전된 셈.

그러나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표현에서 보이듯 위안부 문제에 관해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을 회피하는 ‘말장난’식의 태도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자료가 없다는 주장을 아베 총리가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베 총리의 심복인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관방 부장관도 25일 라디오 닛폰에 출연해 “종군 간호사와 기자는 있었지만 종군 위안부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안부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나는 일부 부모들이 딸을 팔았던 것으로 본다”면서 “그렇다고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있어 일본 정부의 과거 입장으로부터 후퇴하려는 것은 주요 민주국가 지도자로서의 수치”라며 아베 총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