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의 이언 페이슬리 당수와 가톨릭 정당인 아일랜드 가톨릭의 신페인당 게리 애덤스 당수는 26일 처음으로 만나 협상을 갖고 지난 4년간 협상을 교착시킨 권력 공유 문제를 극적으로 타결지었다.
이날 합의는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가 통보한 자치정부 구성 최종시한(26일)이 지나가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나온 것. 오랜 정적인 두 사람은 그동안 제3자를 통한 협상만을 벌여 왔으나 자치정부 구성 마감시한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았다. DUP는 그동안 신페인당이 아일랜드공화군(IRA)과 연결되어 있다는 이유로 직접 협상을 거부해 왔다.
두 당이 손은 잡았지만 시각이 여전히 달라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DUP는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일부로 남아 있기를 원하는 반면 신페인당은 북아일랜드가 아일랜드로 통합되기를 바라기 때문.
협상이 타결된 뒤 페이슬리 당수는 “우리 앞에는 엄청난 기회가 놓여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애덤스 당수도 “북아일랜드에 새로운 정치의 시대를 열게 됐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두 당수는 회담 후에도 서로 외면한 채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30여 년간 무장투쟁으로 숱한 희생자를 낸 IRA는 페이슬리 당수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5년 무장을 해제하고 평화적으로 아일랜드의 통일을 추구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날 합의 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전체 주민을 위해 역사상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축하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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