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즌디움이 내건 모토는 ‘신뢰할 만한’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와 달리 누리꾼들은 실명으로 글을 올려야 한다.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정보에 초록색 표시를 하는 ‘인증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유는? 익명성을 악용해 거짓 정보나 음란물,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을 올리며 사이버 질서를 파괴하는 ‘사이버 반달리즘(Vandalism·난동꾼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이다.》
유튜브나 마이스페이스처럼 누리꾼의 자발적인 참여가 생명인 사이트에서 최근 사이버 반달리즘이 기승을 부린다고 영국의 주간지 옵서버 최근호가 보도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헨리 베넷클라크 교수는 최근 대학 신문사로부터 연락을 받고 ‘페이스북’ 사이트에 게재된 자신의 인물 정보를 조회해 본 뒤 깜짝 놀랐다. 이 사이트에 베넷클라크 교수가 ‘히틀러 소년단’ 출신이라고 소개된 것. ‘마이스페이스’에서도 남의 사진을 도용해 가짜 인물 정보를 만드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정치인과 기업들이 앞 다퉈 사무실을 개설하는 가상현실 사이트 ‘세컨드라이프’도 사이버 반달(난동꾼)의 주요 공격 대상이다.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가상 사무실은 한때 공산주의 슬로건과 가상의 배설물로 뒤덮이기도 했다.
사이버 반달리즘에 가장 취약한 사이트는 누구나 정보를 올리고 수정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 각종 통계수치의 숫자를 슬쩍 바꾸거나 엉뚱한 정보를 올려놓아 이용자들을 골탕 먹인다. 지난주에는 ‘노랑가오리’ 항목에 ‘호주 사람을 싫어하는 특성이 있다’는 설명이 올라왔다. ‘악어 사냥꾼’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호주의 야생동물 보호운동가 스티브 어윈이 지난해 노랑가오리 가시에 찔려 죽은 것을 풍자해 끼워놓은 가짜 정보다.
지난해 9월에는 한 기자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암살한 뒤 시신을 먹었다는 내용이 31시간 동안 게재되기도 했다. 이 기사는 2005년에도 4개월 동안이나 위키피디아에 올라와 있던 내용이다. 사이트를 관리하는 사람이 7명에 불과해 이런 거짓 정보를 다 걸러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위키피디아의 또 다른 창업자 지미 웨일스 씨는 26일 영국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위키피디아의) 익명성을 무책임과 연결짓는 데 반대한다”며 경쟁자 시티즌디움의 출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잇따른 사이버 반달리즘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의 기본 철학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시티즌디움의 출현이 이를 입증한다는 주장이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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