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국 vs 중국, 절대 강자는 누구
미국과 중국의 동북아 패권 경쟁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유일 슈퍼 파워인 미국과의 국력 격차를 좁혀 갈수록 두 나라의 갈등과 마찰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실제로 최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선 두 나라를 중심으로 각 세력의 합종연횡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과 각각 동맹을 맺고 있는 일본과 호주는 최근 ‘공동 안보 선언’을 했다. 사실상 미-일-호 신(新)3각동맹의 탄생이다. 여기에 인도까지 가세할 태세다.
그 반대편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정상회담 개최의 빈도를 높이며 7월 연합 군사훈련을 준비 중이다. 러시아가 중국과 일본이 치열하게 경합했던 극동 송유관 노선의 배정을 중국 쪽으로 돌린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이런 세 겨루기에도 불구하고 5년 내에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중국에 밀릴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신성호 서울대 교수는 미-중 간 힘의 균형이 바뀌는 것은 △미국이 이라크전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동에 더 많은 군사·외교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9·11테러와 같은 대형 테러 사건이 다시 발생하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3가지 조건하에서나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 교수는 “이 세 가지 조건은 모두 현실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아진 연세대 교수는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대(對)동북아 정책은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행정부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앞으로 5∼10년간은 경제 성장을 위해 미국과의 격차를 인정하고 다른 주변국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므로 미-중이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중국 vs 일본, 군비 경쟁 어디까지
중국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2006 국방백서’에서 국방 발전을 위해 1단계로 ‘2010년 전후까지 기초를 다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분간은 동북아 지역 군사력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힘을 비축하겠다는 의미다. 백서는 ‘중국 국방비가 국가 재정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하강하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이 점증하는 ‘중국 위협론’을 의식해 국방비 수치를 실제보다 줄여서 발표하고 있다는 것. 중국은 2006년 국방비가 350억 달러라고 밝혔으나 실제는 그 2, 3배에 이른다는 게 미국과 일본의 평가다.
일본은 중국의 군사 대국화와 북핵 위협에 대처한다는 구실로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군사력 사용에 제한을 둔 평화헌법을 개헌할 태세다.
만약 북한이 핵 폐기를 거부하고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거나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중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경우 중-일 군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이 중-일을 상대로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는 “한반도의 문제는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며 “미국은 이를 정치적으로 관리해 동북아를 안정시키고 북핵 문제도 해결하려고 하므로 한국은 한미동맹을 적절히 활용해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3.북한 vs 남한, 미국과의 관계는
북핵 문제가 잘 풀려 북한과 가까워진 미국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적극 나서고, 종전(終戰) 선언을 통해 남북한의 중재자 역할에 치중할 경우 한미동맹에 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중견 외교관은 “미국은 남북한이 동시에 미국을 향해 구애 경쟁을 벌이는 장면을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5년 내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핵 시설 및 플루토늄 등 핵물질을 폐기하고, 재래식무기와 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놓고 미국과 군축협상을 벌일 경우 한국이 소외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미 간에 지역 및 범세계적 차원에서 동맹의 역할을 어떻게 분담할지 각론을 구체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진척될 경우 동맹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교수는 “정부가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미국과의 사전 조율 없이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고도로 조율된 외교가 필요한 6자회담 및 평화체제 논의의 판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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