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FBI’…전직 수사관고용해 직원비리 밀착 감시

  • 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미국의 대형 할인업체 월마트의 마케팅 담당 이사이던 줄리 로엠 씨와 숀 워맥 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유는 두 사람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

로엠 씨는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그는 지난주 월마트 측이 공개한 증거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가 워맥 씨와 주고받은 서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e메일 수십 통은 물론, 납품업자에게 커피 한 잔도 얻어 마셔서는 안 된다는 내부 윤리규정을 어기고 광고대행사에서 400달러짜리 포도주를 선물 받았다는 ‘비리’ 증거까지 제시됐다. 심지어 회사는 워맥 씨의 아내까지 증인으로 내세워 남편의 불륜사실을 알게 된 경위를 설명하게 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30일 “이 사건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월마트의 냉혹함을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보도하면서 정보기관 뺨치는 월마트의 감사부서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월마트의 감사부서 직원 400여 명은 대부분 미 중앙정보국(CIA)이나 연방수사국(FBI), 사법부 등에서 일하던 정보, 수사 전문가들이다.

총책임자인 케네스 센서 씨는 CIA와 FBI에서 내부감사 담당 고위 간부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 내부감사 책임자인 조 루이스 씨와 준법 감사담당 책임자 토머스 진 씨는 각각 FBI 범죄조사국 부국장과 아칸소 주 연방검사를 지냈다.

이들의 지휘 아래 감사 부서는 최정예 수사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전 세계를 넘나들며 180만 명에 이르는 임원과 종업원들의 비리를 캐낸다. 이뿐만 아니라 허리케인이나 테러 등 있을 수 있는 위험에 대처하는 것도 이들의 몫. 2005년 8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를 강타했을 때 비상지휘본부가 FBI의 시스템을 그대로 모방해 꾸려진 월마트 본부에 차려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내부 감사가 회사를 비판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직원을 위협하고 못마땅한 직원을 해고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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