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대표는 5일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중국외교 소식통을 통해 전해 들었다”며 “중국이 지난해 6월경 북한에 비밀리에 두 가지 약속을 했는데, 미국을 설득해 BDA자금 2500만 달러를 해제시켜 주거나 아니면 중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북한에 직접 돈을 주겠다는 것이 그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당시 북한은 ‘돈의 액수 보다는 성격이 문제’라며 거부했다”며 “현재 2500만 달러의 절반가량이 ‘불법자금’으로 지정돼 묶여 있는데, 이를 인정할 경우 앞으로 언제라도 북한 돈이 미국에 의해 동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바로 지금이 지난해 중국이 북한에 제시했던 두 번째 카드가 유효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부차관보가 열흘 이상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과 북한 외교 당국자를 만나 BDA 해결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성과가 없는 실정. 이 때문에 오는 8∼11일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북한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빅터 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이 동행한다.
장 대표는 “미국이 북한에 세계 금융 질서를 설득하면 북한도 고집을 꺾을 수 있을 것이고 이때 중국이 자체 조달한 2500만 달러를 전달하면 된다”며 “BDA도 중국은행이므로 중국 정부로서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2500만 달러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며 “내가 걱정하는 일은 워싱턴 매파들이 부시를 공격하기 시작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2500만 달러라는 소뿔을 바로잡기 위해 소를 죽이는 큰 우를 범할 수도 있다(矯角殺牛)”고 말했다.
그는 “지금 중국은 북미관계가 급진전되고 있는 것을 경계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고 있다”며 “BDA의 북한 자금 송금 문제가 2.13 합의 초기단계 이행 시한인 14일을 넘길 수도 있다. 이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북미관계도 남북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과 북한은 2.13 베이징 합의에서 문제의 2500만 달러를 중국은행에 있는 북한 조선무역은행 계좌로 송금하고, 그 대가로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중개 역할을 맡은 중국은행이 “불법자금을 받아 송금해 줄 수 없다”고 거부했다.
중국 뿐만 아니고 현재 BDA 북한 자금을 받아주려는 은행은 어디에도 없다. 불법자금을 처리할 경우 은행 신용도가 떨어지기 때문. 현재 중국은 미국에 ‘BDA제재 번복’ 등을 요구하고, 북한에 개설된 한국의 은행(개성공단 우리은행 지점, 금강산에 있는 농협 지점 등)이 해결해 달라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진전이 없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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