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자국에 나포된 영국 해군 15명의 석방을 발표한 4일, 파이낸셜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영국 미국 언론들은 이 같은 반응을 쏟아냈다.
건드리면 터질 듯 팽팽했던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은 극적으로 풀렸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4일 테헤란에서 기자회견 도중 석방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나포 13일째인 해군들과 접촉을 요구하며 이란에 대기 중이던 영국 정부 관계자는 물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조차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석방은 부활절을 맞아 (영국에) 주는 ‘선물’이다”며 자비로운 지도자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란의 영해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해군들을 처벌하지 말아 달라”는 엉뚱한 ‘당부’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환호하는 영국 해군들과 미소 띤 얼굴로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행운을 빈다”고 격려했다. 이들에게서 “잘 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여기서의 생활은 환상적(fantastic)이었다”는 인사까지 받았다.
한편으로 그는 석방 발표에 앞서 영국군을 체포한 혁명수비대 사령관에게 훈장을 수여해 이번 나포가 합법적이었다는 것을 만방에 과시했다.
이란은 특히 해군들이 편하게 앉아 웃고 떠드는 장면을 내보내 ‘인질’이라는 표현으로 이란을 비난한 미국의 반응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번 석방에서 이면합의나 조건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신들은 2월 이라크군으로 추정되는 집단에 납치됐던 이란 외교관이 같은 날 석방됐고 1월 이라크 주둔 미군에 체포된 이란 공무원 5명이 처음으로 자국 특사의 면회를 허락받은 사실에 주목했다. 이란이 물밑 협상을 통해 석방 대가로 이 같은 전리품을 얻어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승리를 한껏 만끽한 반면 블레어 총리는 ‘이란에 끌려다녔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사건 초기부터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해 “미국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느냐”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그러나 영국 총리실은 “결과적으로 외교의 승리였다”고 자평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란에 대한 서방국가의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이란이 유화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제스처를 보인 만큼 미국은 이제 이란과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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