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튀고 싶지 않은 방일

  • 입력 2007년 4월 6일 02시 50분


중-일 양국 정상이 상호관계에 ‘전략적’이란 키워드를 붙여 서로 실리를 챙기자고 합의한 지 6개월. 중국 총리로서는 7년 만인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일을 앞두고 양국 간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실리 찾기 움직임 분주=반년간의 ‘전략적 호혜관계’의 성과는 특히 경제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시바 자회사인 미 웨스팅하우스는 3월 중국이 건설하는 원자력발전소 4기를 수주했다. 1월 일본의 대(對)중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3% 늘었다. 중국이 검역상의 이유로 2003년 금지한 일본 쌀 수입도 곧 해금될 전망이다.

원 총리 방일에 맞춰 첫 에너지 분야 중-일 각료정책대화, 100여 개의 양국 에너지 관련기업이 참여하는 세미나도 예정돼 있다. 이 세미나는 에너지 절약 기술을 원하는 중국 측에 일본 기업들이 기술을 판매하는 ‘세일즈 현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언론은 또 납치 문제에서 일본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수준이던 중국이 1월 정상회담에서는 처음으로 “필요한 협력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5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방중 시의 ‘공동 언론발표문’보다 한 단계 격상된 ‘공동문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물밑에 깔린 갈등요인들=그러나 실리 챙기기의 이면에는 갈등 요인도 잠재해 있다. 원 총리 방일은 당초 11일부터 5일간의 예정이었으나 3일로 단축됐다. 부인도 동행하지 않는다. 표면적 이유는 일정 때문이지만, 너무 요란한 연출로 국내 반발을 초래할 것을 우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올해가 중일전쟁 개전과 난징(南京)사건 70주년인 ‘역사적으로 민감한 해’여서 일본 측에 국민감정을 자극하지 말아 달라고 누차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우려하는 것은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원 총리는 4일 일본기자단과의 회견에서 고이즈미(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참배를 암시하며 “두 번 다시 없기를 희망한다”고 못을 박았다.

아베 총리는 “참배한다고도 하지 않는다고도 말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바꾸지 않고 있다.

동중국해 천연가스전 개발 문제도 쌍방의 배타적 경제수역(EEZ) 주장과 겹쳐 오리무중이다. 이번 정상 회담에서 공동개발에 합의하고 싶다는 게 일본 측의 생각이지만 당장 4일 집권 자민당의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정조회장이 중국을 ‘도둑’에 비유하는 발언을 해 찬물을 끼얹고 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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