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전문직 취업비자(H-1B) 신청 첫날 쿼터(할당량)의 3배가 넘는 신청이 쇄도했다. 이 바람에 접수가 일찍 마감돼 많은 한국인 유학생이 애를 태우고 있다.
H-1B 비자 발급 여부는 미국에서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한 뒤 현지 취업을 노리는 유학생들의 최대 관심사. 이 비자를 받아야만 합법적 신분으로 미국에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별도의 쿼터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미국 측의 거부로 무산됐다. 별도 쿼터를 받지 못한 나라 출신의 유학생들은 ‘글로벌 쿼터’ 6만5000개(석사학위 이상 대상 2만 개는 별도)를 놓고 각국 신청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미 연방이민귀화국(USCIS)은 4일 올해 H-1B 접수 첫날인 2일 하루 15만여 건의 신청서가 들어와 3일 도착분까지만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접수를 조기 마감했다고 밝혔다. 2, 3일 이틀 동안 신청 건수만도 20만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제때 도착한 신청서도 컴퓨터 추첨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접수를 앞두고 많은 유학생은 일찍부터 변호사 사무실을 통해 서류를 준비한 뒤 발송 시기를 저울질하며 노심초사했다. 너무 일찍 보내면 반송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접수 첫날인 2일 도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2004년 1월 발효된 싱가포르와의 FTA까지는 전문직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상대국에 별도의 쿼터를 배정해 줬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은 핵심 요구사항으로 쿼터 배정을 요구했으나 미국은 “비자 관련 결정은 통상협상 범위를 벗어나는 것으로 의회의 권한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했고 결국 추후 FTA와 별개의 사안으로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는 국가 간 인력 서비스 이동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이어서 협상 전망은 밝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정부는 4일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개방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의 FTA에 서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숀 스파이서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한미 양국은 6월 말까지 협정에 서명할 예정이지만 쇠고기의 (수입 개방을 위한) 명백한 통로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서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란 바티아 USTR 부대표도 이날 “광우병 문제는 FTA 협상틀 밖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국제적 기준을 존중하겠다고 시사한 바 있다”며 “쇠고기 시장을 완전히 재개방하지 않으면 의회가 비준 동의를 해 주지 않을 것임을 한국 측에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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