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귀는 눈에 비해 큰 약점이 있다. 눈꺼풀 같은 게 없어서 원치 않는 소리를 차단해 주는 기능이 없는 것이다. 귀는 그래서 음악처럼 기분 좋은 소리도, 소음처럼 듣기 싫은 소리도 여과 없이 받아들인다.
현대 사회에서 소음은 점점 더 심각해진다. 프랑스 파리나 서울처럼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집에서조차 소음에 시달린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소음과 연관된 질병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교통수단에서 오는 소음부터 작업장의 소음까지 소음의 원인은 다양하다. 프랑스에서 작업장의 소음은 직업병을 일으키는 네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은 새로 규범을 정해 작업장의 소음을 80dB(데시벨)로 제한했다. 이 같은 규정은 갈수록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소음의 폐해와 관련해 명심해야 할 것은 소음 때문에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어느 수준 이상의 소음이 일정 시간 지속되면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도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소음의 결과는 두 가지 타입으로 나타난다. 첫째는 청각 자체에 미치는 영향이다. 귀에도 사실은 중이(中耳) 부분에 근육이 있어 소음 차단 기능을 한다. 하지만 근육을 수축시키는 반응 시간이 느려 갑작스러운 소음으로부터 귀를 적절히 보호하지 못한다. 게다가 다른 근육처럼 이 근육도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오랜 시간 시끄러운 환경에 노출되면 근육은 무력해진다.
또 하나는 귀가 아닌 다른 인체 기관에 미치는 영향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공항 근처에서 5년 정도 산 사람은 심장 박동과 호흡에 변화가 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면역 체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60dB이 넘는 소음은 고혈압과 심근 경색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어린이들이 소음에 노출될 경우 언어 습득 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부정적인 문제에 직면해 프랑스에선 10년 전부터 ‘소음과의 전쟁’을 위한 정책이 실행되고 있다. 다양한 소음 중 정책이 우선 타깃으로 삼은 것은 자동차 소음이다.
자동차는 낮은 속도에선 엔진 소리가 소음을 일으킨다. 시속 30km 이상에선 차가 굴러갈 때 나는 소리가 크게 부각된다. 타이어가 길에 닿는 이 소리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길에서 듣는 소리다. 엔진 소리는 시속 30km를 넘으면 이 소리에 묻혀 들리지도 않는다.
파리 시는 좀 더 정밀한 소음 측정을 위해 몇 년 전 소음의 발원지를 표시하는 지도 제작에 착수했다. 이를 근거로 5년 전부터는 도시 전체를 커버하는 소음 측정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시간별로 특정 건물 주변의 소음을 미터 단위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소프트웨어 덕택에 이제는 소음의 원인을 자세하게 규명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도시의 커다란 소음을 막기 위한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는 새로운 소음이 계속 등장한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소음이다. 아주 작지만 신경에 거슬리는 소음도 있다. 버스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의 휴대전화 통화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소리만큼 크진 않지만 신경에 거슬리는 정도는 그에 못지않다.
제라르 뱅데 에뒤 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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