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로 불렸던 이민 청년들, 佛대선 反사르코지 캠페인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프랑스의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 못지않게 바빠진 이들이 있다. 북아프리카계 이민 청년들 사이에서 절대적 인기를 누리는 래퍼들이다.

최근 래퍼들은 이민 청년들을 투표에 참여시키기 위한 막바지 캠페인에 여념이 없다. 목표는 우파와 극우파 후보가 결선 투표에 올라간 2002년의 대선 결과가 재연되지 않도록 하는 것. 이를 막기 위해 반(反)우파 성향의 표를 한 표라도 더 모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는 여전히 지지율 선두를 달린다. 극우파인 장마리 르펜 후보도 최근 파리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이민 청년들의 난동 사건으로 지지율이 올라갔다. 그러나 이민자를 중심으로 한 ‘반(反)우파’ 캠페인이 전에 없이 강해 투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래퍼 샤오 베농 블라카라 씨는 8일자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얘기가 그들에게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래퍼들은 전국 순회공연을 하며 투표 참여를 권한다. 투표 참여 방식의 설명을 녹음해 앨범에 실은 가수도 있다.

이들의 활동 덕분에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의 신규 등록 유권자는 크게 치솟았다. 2005년 소요 사태가 가장 격렬했던 센생드니 지역에선 2002년에 비해 유권자가 9%나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의 2배다.

‘반우파’ 캠페인이 이번 대선에서 활발한 것은 사르코지 후보와 르펜 후보의 강경한 이민 정책 때문이다. 특히 사르코지 후보는 소요사태 때 교외 지역 청년들을 ‘건달’ ‘폭도’로 불러 크게 반감을 샀다. 시내에 붙은 사르코지 후보의 선거 벽보는 대부분 훼손돼 있을 정도로 이민자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반감은 높다.

그의 직설적인 화법은 이번 선거전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5일 장관직에서 물러난 아주즈 베가 전 기회균등장관은 2005년 소요 사태 당시 의견을 달리했던 사르코지 후보로부터 전화로 “머저리, 비겁한 놈, 더러운 놈, 주둥이를 부숴 버리겠다”는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회고록 형식의 신간에서 주장했다.

알제리계인 베가 전 장관의 이런 주장은 이민자 집단에서 크게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사르코지 후보의 발언은 여전히 거침없다. 그는 리옹에서 가진 연설회에서 “폭도를 폭도라고 부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매년 1000∼1300명의 젊은이가 자살하는데 이는 그들이 유전적으로 유약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말해 종교계의 반발을 샀다.

르몽드는 “어떤 고민이 있기에 그는 어린애 같은 성마른 기질을 억누르지 못하나”라고 사르코지 후보를 꼬집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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