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규탄 결의안의 미 하원 통과를 위해 ‘풀뿌리 운동’을 펼치는 한인 유권자 단체 활동가들은 최근 의회의 일부 간부를 면담하면서 먹구름이 몰려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미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결의안에 다소 거리를 두려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의안에 지지 서명을 하는 의원은 계속 늘어나 8일 80명을 넘어섰다. 26일로 예정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일본 측도 총력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맞선 한인 등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발걸음도 더욱 바빠지고 있다.
▽고개 드는 신중론=하원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인 유권자 단체 간부들에게 “결의안을 상정하려면 지지 서명 의원이 100명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 50명이면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했던 데 비해 요구 수위가 훨씬 높아진 것.
결의안이 주일 미군기지 문제를 비롯한 미일 협력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일본 측이 로비 과정에서 제기하는 것인지, 미 의회나 행정부에서 지레 염려하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일본 정부는 자국 내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오키나와 주둔 미군 해병대가 미국으로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의 60%(약 60억 달러)를 지원키로 한 바 있다. ‘이미 충분히 사과했다’는 주장과 더불어 ‘일본이 이렇게까지 해주는 데 그럴 수 있느냐’는 논리를 주된 로비 무기로 사용하는 것으로 짐작된다.
▽풀뿌리 운동 확산=이런 상황에서도 워싱턴 지역에서만 9000명이 지지 서명을 하는 등 주요 도시마다 한국계 유권자들의 지지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다. 뉴욕·뉴저지 유권자센터(소장 김동석),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회장 서옥자) 등 한인 유권자 단체들이 의원 개개인을 찾아다니며 설득한 결과 지지 서명을 한 연방 의원은 민주 66명, 공화 14명으로 늘어났다.
한인을 비롯한 아시아계 유권자 단체들은 아베 총리 방미 전까지 지지 서명 의원을 100명으로 늘리고 미국 주요 일간지에 전면 광고를 낼 계획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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