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간 한국 경제를 어떻게 보나.
“한국 경제의 미래는 매우 낙관적이라고 본다. 특히 한국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 큰 발전 동력을 가져다 줄 것이다.”
―한중 양국의 무역액이 수교 이래 15년 사이 26배나 늘었다. 양국 지도자는 5년 뒤 무역액을 2000억 달러로 끌어올리기로 목표를 설정했는데 달성이 가능하다고 보나.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 지난해 양국 무역액은 1343억 달러(중국 통계)에 이르렀다. 최근 몇 년간 양국이 정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2012년엔 2000억 달러를 넘어 2500억 달러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학자가 한국 경제가 일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이 턱밑까지 따라와 현재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1인당 소득 수준은 최근 중국의 9배로 올랐다. 이는 한국 내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산업구조가 자본집약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이 이처럼 산업구조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중국에서 노동집약형 기업을 운영해 번 돈으로 한국은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쓴다. 또 고도화된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해외시장을 중국이 제공한다. 하나의 선순환 과정이다. 이처럼 한국과 중국의 경제는 상호 보완적이지 서로 경쟁적인 게 아니다.”
―최근 중국 경제가 4년 연속 10% 이상 성장한 데 이어 올해 1분기(1∼3월) 11% 성장한 것으로 예상됐다. 언제까지 초고속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나.
“중국 경제는 앞으로도 일정기간 9∼10%의 고속성장을 계속할 것이다. 아마도 짧게는 5∼10년, 길게는 20년 넘게 이런 고도성장을 계속할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아직도 개발도상 단계로 기술 향상과 투자 확대의 기회가 많고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또 저축률이 매우 높고 외국인 투자가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시장은 7년마다 2배씩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주가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하지만 미래 전망은 ‘거품론’과 ‘낙관론’이 엇갈린다.
“장기적으로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는 10,000 선을 넘어설 것이다. 그 시점이 언제일지, 올해 말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린 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은 아직까지 주식투자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중-미 무역 갈등이 심하다. 미국은 중국에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중국은 무역불균형의 원인이 하이테크 상품의 수출을 금지한 미국의 정책 때문이라고 하는데….
“미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은 재정적자와 낮은 민간의 저축률 등 두 가지다. 이는 필연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무역적자로 이어진다. 중국과 미국의 경제는 상호 보완적이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은 의류, 생활용품 등 모두 저렴한 노동력에 의존한 상품이다. 중국의 상품이 가장 싸기 때문에 수입하는 것들이다. 만약에 위안화가 평가 절상돼서 미국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 한다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미 정부가 설령 하이테크 상품을 중국에 수출하도록 허용한다 해도 적자액을 약간 줄일 수 있을 뿐 양국의 무역불균형 현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어떻게 보나. 중국의 위안화가 올해 말까지 얼마나 절상될 것으로 보나.
“위안화는 올해 3∼4% 오르는 게 정상이라고 본다. 위안화가 빨리 오르면 중국은 물론 미국에도 불리하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중국의 부동산 열기를 과열로 봐야 하나.
“부동산의 성장은 정상적인 것으로 장기적으로 보면 반드시 발전해야 하는 지주 산업이다. 문제는 현재 중국의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싸고 부동산 수요와 공급의 구조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새로 짓는 주택은 면적이 크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집은 그렇게 큰 게 아니다. 따라서 공급과 수요가 충돌을 일으킨다. 문제는 주택을 사는 사람들이 투자로 여기지 실제로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은 면적이 클수록 가격이 잘 오르기 때문에 모두 큰 주택에 투자한다. 일부 외국인은 위안화 절상을 염두에 두고 부동산에 투자한다.”
―기업소득세법(법인세법)의 실시로 외자기업의 중국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과거 중국의 외자 특혜는 외자가 절실한 중국이 시장 관련 법규가 완비되지 못했기 때문에 제공한 일종의 보상 같은 것이었다. 현재 중국은 외자에 보상을 할 필요가 별로 없다. 이는 공평한 것이다. 기업소득세법은 결코 외자기업이 중국에 투자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의 노동력이 매우 저렴하고 산업의 기초가 좋기 때문이다. 또 중국 시장이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어 외자기업에 주는 흡인력은 여전히 크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신(新)농촌 운동’을 처음 제창한 걸로 알고 있는데….
“1990년대 들어 중국의 도시와 농촌은 격차가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신농촌 운동’을 제안한 게 바로 이때다. ‘신농촌 건설’은 일석이조의 정책이다. 농민의 생활 수준을 올려 수요를 창출하면 과잉 생산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신농촌 운동은 한국의 (새마을운동) 상황도 참고했지만 한국을 그대로 모방한 것은 아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中 경제석학 린이푸 교수는
린이푸 주임은 세계가 주목하는 ‘중국 경제석학’으로 꼽힌다. 주룽지(朱鎔基) 총리 시절부터 원자바오 총리까지 경제자문역을 맡고 있다. 중국 언론은 그를 ‘원 총리의 꾀주머니(智囊·지낭)’라고 부른다.
그의 말은 곧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정부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가 움직이면 늘 기자들이 따라붙는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이자 경제위원회 부주임, 중화전국공상업연합회 부주석인 그가 올해 3월 전국 정협 대회에 나타나자 수백 명의 기자가 몰려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이처럼 중국 대륙을 움직이는 그는 대만 출신이다. 대만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중국이 개혁개방을 막 시작한 1979년 5월 대만의 최전방 전선인 진먼다오(金門島)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중 2300m를 헤엄쳐 중국 본토로 망명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대만 출신이 중국 대륙의 ‘시장경제 전도사’가 된 것이다.
그는 개혁개방 이후 미국에서 유학하고 귀국한 첫 ‘해귀파(海歸派)’ 경제학자다. 1994년 해귀파 학자 27명과 함께 베이징대에서 중국경제연구센터를 설립해 중국 최고의 영향력 있는 연구소로 키웠다.
중국에서 주류 경제학자로 꼽히지만 1999년 가장 먼저 ‘신농촌 정책’을 제안하는 등 중국 정부가 성장일변도정책에서 균형성장정책으로 방향을 틀게 한 인물이기도 하다.
1952년 대만에서 태어나 대만대 농업공정학과를 졸업한 뒤 대만정치대 기업관리연구소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륙으로 망명한 뒤에는 베이징대에서 정치경제학 석사, 미 시카고대에서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시어도어 슐츠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연구영역은 농업경제학과 중국 경제개혁이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중국의 기적’, ‘중국의 국유기업 개혁’, ‘제도기술과 중국농업발전’, ‘경제학방법론’, ‘발전 전략’이 있다.
부인 천윈잉(陳云英·54) 씨와의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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