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0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가 홍콩의 점진적이고 질서 있는 민주화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후 주석은 9일 오후 차기 홍콩 행정장관 임명장을 받으러 베이징(北京)에 온 도널드 창(63) 현 행정장관에게 “경제발전과 민생 외에도 점진적이고 질서 있게 민주화를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창 행정장관은 지난달 25일 간접 경선 방식으로 실시된 제3대 행정장관 선거에서 2012년 직선제와 자유선거를 주장한 민주파 후보 앨런 렁(48) 입법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후 주석은 “민주화 추진과 경제번영은 홍콩 시민의 염원”이라며 “창 행정장관이 홍콩 정부와 각계 인사를 잘 이끌어 좀 더 나은 홍콩의 미래를 열어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이날 오전 창 행정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이번에 홍콩이 1997년 대륙에 귀속된 뒤 사상 처음으로 경선을 실시한 사실을 상기한 뒤 “대륙 지도부는 이를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홍콩의 정치 분석가들은 “후 주석과 원 총리가 홍콩의 민주화를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베이징의 지도자들이 홍콩의 민주화는 이제 절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제 민주화 추진의 과정과 내용이 창 행정장관에게 과제로 넘겨졌다.
일각에서는 간접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홍콩 시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렁 후보를 의식해 창 행정장관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외교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 신문은 “후 주석이 ‘점진적이고 질서 있는 민주화’를 강조했을 뿐 자유선거와 직선제를 2012년까지 실시해도 되는지 언급하지 않았다”며 대륙 지도부의 뜻이 ‘5년 내 직선제 실시’가 아닐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지난해 여름부터 공산당 내외에서 민주화 요구가 터져 나왔던 중국 대륙은 올해 2월 말 “지금은 민주화보다 경제발전에 매진해야 할 때”라는 원 총리의 공식 발언이 나온 뒤 민주화 요구가 완전히 수그러든 상태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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