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안개에 젖어’…부동층 역대최고 “한치 앞이 안보인다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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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로이터 연합뉴스
EPA·로이터 연합뉴스
《22일 치러지는 프랑스 대통령선거 1차 투표가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예전 같으면 결선에 진출할 후보 2명의 윤곽이 어느 정도 분명해질 시기지만 아직도 판도는 안개 속이다.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변함없이 1위를 달려온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는 결선 진출이 확정적이다. 그러나 2위를 지키고 있는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의 경우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에게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여전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난립한 좌파 후보에게 표를 어느 정도 잠식당할지 알 수 없기 때문.》

바이루 후보가 결선에 진출할 경우 사르코지 후보와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사르코지 후보로선 루아얄 후보만 상대하고 있을 수 없는 형국이다. 이처럼 변수가 널려 있어 이번 선거는 막판까지 복잡한 양상을 띠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좌파와 우파의 대표 후보가 상대편 한 명만을 상대로 총력을 기울이던 예전 선거와는 사뭇 다르다. 각각 우파와 좌파 내 군소 후보들과의 ‘집안싸움’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12일 이런 점을 빗대 “도처에 전선(戰線)이 형성돼 있다”고 촌평했다.

▽판세 분석=여론조사기관 CSA가 12일 발표한 지지율에서 루아얄 후보는 25%의 지지율로 27%를 얻은 사르코지 후보를 바싹 뒤쫓았다. 바이루 후보는 19%, 장마리 르펜 후보는 15%.

이 결과만 보면 루아얄 후보가 여유 있게 결선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8일 발표된 입소스 조사 결과에선 루아얄 후보와 바이루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3%포인트에 불과했다.

게다가 8일 현재 부동층은 42%로 역대 대선 최고 수치다. 18∼24세 유권자의 60%는 지지 후보를 막판에 바꿀 수 있다고 응답했다. 부동표의 향방이 어느 때보다도 선거 결과를 크게 가름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복잡한 전선=루아얄과 사르코지 후보의 좌-우 이데올로기 대결 양상으로 단순하게 진행되던 선거전은 막판에 이르면서 한층 복잡해졌다. 두 후보는 최근 오히려 각각 좌-우파 내부 싸움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극우파 르펜 후보는 “사르코지는 내 흉내를 내는 짝퉁 우파”라며 사르코지 후보 공격에 열을 올린다. 그는 사르코지 후보가 헝가리 이민자 집안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민자에 대한 강경 정책을 주장하는 사르코지 후보에게 타격을 주려는 속셈이다.

루아얄 후보의 처지도 비슷하다. 마리 조르주 뷔페 공산당 후보를 비롯한 극좌파 후보들이 “진정한 좌파에게 투표하라”며 좌파 성향의 유권자들을 부추기고 있다.

온건한 성향의 좌파, 우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바이루 후보는 양쪽이 모두 공격 대상이다. 그는 최근 한 연설에서 “사르코지는 어디로 가는지 너무나 명확해서 불안하고, 루아얄은 어디로 가는지 몰라서 불안하다”고 꼬집었다.

도미니크 레니에 파리정치학교 교수는 “선거전이 적어도 4곳(방향)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탈표 방지에 총력=이런 상황이 되자 추가로 지지표를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기존 지지층의 이탈을 막는 것도 중요해졌다.

루아얄 후보는 한때 우파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우파의 전유물인 국기와 국가를 유세에 동원했지만 최근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파업 노동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최근에는 ‘승리로 가는 10일’ 작전을 수립해 지지자 단속에 나섰다. 14일에는 프랑스 전역의 크고 작은 시청사 앞에서 군중을 동원해 한바탕 세를 과시할 계획이다.

사르코지 후보 역시 최근 파리 시내 지하철역에서 일어난 이민자 출신 청년들의 난동에 강력하게 대응해 우파 후보로서의 면모를 재확인시켰다.

사르코지 후보는 ‘승리를 위한 72시간’ 작전도 마련했다. 투표 사흘 전부터 지지자와 당원을 총동원해 이웃을 설득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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