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FTA 어때?” 러시아에 러브콜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15일 모스크바 남쪽 외곽 코시르스코예 쇼셰 지역에 있는 중고차 시장인 코시르스키 시장. 1만여 평 규모인 이곳에는 하루 종일 중고차를 사고팔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현대차 모델인 엑센트의 번호판을 떼고 살 사람을 기다리던 고레미코프 안드레예프 씨는 “중고차 성수기인 5, 6월 휴가철을 앞두고 있어 요즘 비교적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곽에 있는 대표적인 중고차 시장 중 하나인 이곳에서 거래되는 도요타와 폴크스바겐 등 외제 중고차는 유럽에 비해 25%가량 비싸다고 상인들은 말한다. 이는 품질이 좋은 외제차에 대한 수요가 높은 데다 최대 33%에 이르는 높은 관세 때문이다.

러시아는 자국의 국민차인 라다와 지굴리 생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처럼 높은 관세 장벽을 쳐놓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자동차 산업은 일부 모델의 생산을 줄이거나 아예 생산을 중단하고 있는 데서 드러나듯 경쟁력이 매우 낮다. 외국차에 높은 관세를 매기며 오랜 기간 과보호하다 보니 품질이 떨어져 러시아 소비자들이 자국산 차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직도 폐쇄적인 러시아 시장에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자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7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러시아가 세계무역기구(WTO) 등 세계경제 체제에 들어가기 위해 마지막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가 EU와 FTA를 체결하면 수출품의 82%를 석유와 원료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를 고부가 가치산업으로 다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상품에 대한 관세동맹만 맺어도 러시아의 화학제품 공산품 수출이 크게 늘고, 무엇보다 러시아의 EU에 대한 농산물 수출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부추긴다. 물론 EU는 에너지 가격 인하 등의 이점을 노리고 있다.

EU의 FTA 러브콜에 대해 러시아 내 반응은 엇갈린다.

자유무역 이론에 밝은 젊은 경제 관료들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게르만 그레프 경제개발통상부 장관은 올해 러시아 경제의 최고 목표를 WTO 가입으로 정하고 유럽과 협상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렇지만 관세 장벽이 낮아지면 시장에 갓 적응한 러시아의 산업이 붕괴될 것이라며 EU와의 FTA 추진을 반대하는 전문가도 많다.

러시아 경제 및 재무연구센터의 나탈리야 볼초코바 수석연구원은 “크렘린이 얼마나 자유 무역에 의지를 가지고 있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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