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언제 어디서 이것을 제작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범행을 준비했을까.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19일 수사 관계자의 말을 빌려 “범인은 2주 반이나 3주 정도 이번 사건을 준비했고 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으며 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동영상도 같은 장소에서 제작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승희 룸메이트 카란 그레왈 씨는 “같이 쓰던 방에서 비디오 촬영을 한 것 같다”며 “사진의 벽 등은 정확히 기숙사의 벽과 일치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NBC방송은 “범인은 첫 번째 범행을 저지르고 방에 돌아와 소포를 꾸려 우체국으로 갔지만 내용물은 최소 6일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제작 시점에 관해선 각기 약간씩 내용이 엇갈렸다.
방송은 또 조승희가 비디오를 촬영하면서 기기 조작을 위해 카메라로 다가오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와 혼자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방송국에 보낸 사진 등 소포는 그가 두 차례 범행 중간에 무엇을 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줬다.
그는 범행 당일 오전 7시 15분경 웨스턴 앰블러 존스턴홀 기숙사에서 2명을 살해한 뒤 기숙사 하퍼홀로 돌아왔다. 그는 방송국에 보낼 소포를 포장해 챙긴 뒤 1마일(약 1.6km) 정도 떨어진 노스 메인가 118의 버지니아 우체국으로 가 오전 9시 1분 ‘소인’이 찍힌 소포를 NBC 뉴욕 본사에 보냈다. 두 자루의 권총과 수백 발의 총탄, 쇠사슬 등으로 무장한 그는 9시 15분경 노리스 홀에서 강의실을 돌며 살인 행각을 시작했다.
1차 범행 후 경찰이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해 조사하는 사이에 그는 소리 없이 다음 범행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NBC는 소포가 사건 이튿날인 17일 오후 도착했지만 주소와 우편번호가 틀려 하루가 더 지난 18일 아침까지 열지 않았다. NBC는 우편물을 발송한 사람의 신원을 파악한 뒤 수사 당국에 신고했다.
이어 NBC는 동영상과 사진을 18일(현지 시간) 저녁 ‘NBC 나이틀리 뉴스’에서 처음 방송해 미국과 세계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그의 사진과 동영상이 뉴스를 통해 공개되자 버지니아공대 학생과 교직원들은 그의 치밀한 범행 준비에 경악했다. 충격을 받은 일부는 화면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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