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보이들이 세계 공연 문화의 중심지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했다. 이들은 20일 오후 런던 피콕 극장에서 ‘피크닉’(영국명 브레이크 아웃)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피크닉’은 코미디에 비보이의 춤을 접목한 무언극으로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를 제작한 기획사 예감과 세븐센스가 23억 원을 들여 제작했다.》
‘피크닉’ 공연 내내 1000여 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리고 환호했다. 막이 오른 지 5분도 안 돼 음향기술 문제로 공연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자리를 뜨는 사람은 없었다. 관객은 10, 20대가 많았으며 레게 머리를 한 흑인들도 눈에 띄었다. ‘점프’ 팬들이 ‘피크닉’에도 높은 관심을 보여 초연인데도 티켓 예매율은 60%에 이르렀다.
‘피크닉’은 죄수 5명이 탈옥을 감행하면서 좌충우돌하는 스토리다. 여기에 브레이크 댄스 등 비보이의 현란한 몸동작이 더해졌다. 배우들은 무대를 넘어 객석으로 뛰어들거나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내기도 했다.
인형을 이용해 탈옥 장면을 코믹하게 묘사한 대목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시도이며 인상적”이라는 평을 들었다. 관객 루시 윌리엄스(21) 씨는 “새로운 소재인 데다 역동적이어서 A+ 공연”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지니피다(25) 씨도 “비보잉 실력이 탁월하며 슬랩스틱 코미디도 충분히 웃겼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관객과 함께 현지 언론과 비평가를 초청한 가운데 진행됐으며 이달 초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에서 선보인 ‘시범 공연’에 비해 군더더기를 덜어 냈다.
그러나 비보이가 현란한 댄스를 보이는 장면이 부족하고 비보잉과 코미디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멜리아 비누잇(26) 씨는 “한국 비보이 실력은 세계적 수준인데 춤 장면이 기대보다 적었다”며 아쉬워했다.
비평가들은 이번 공연을 “다듬어지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에 비유했다. 알리스테어 스폴딩 피콕 극장장은 “‘피크닉’을 내년에 장기 상연하기로 결심했다”며 “젊은층의 보편 정서인 힙합 문화가 주제여서 동양 색채가 강한 ‘점프’보다 더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비평가 겸 극작가 도널드 히테라 씨는 “오늘 공연만으론 별 다섯 개 중 두 개”라면서도 “관객을 무대에 불러내는 등 소통이 활발한 장점이 있는 만큼 불명확한 스토리를 수정하면 영국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크닉’은 22일까지 영국 공연을 마치고 5월 26일∼7월 22일 서울 충무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8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나간다.
런던=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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