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 F-22 전투기 구매요청 긍정 검토”

  • 입력 2007년 4월 27일 03시 07분


미국 행정부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22(일명 ‘랩터’)를 구입하고 싶다는 일본 측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니스 와일더 미 백악관 동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방미에 앞서 25일 가진 언론 브리핑에서 ‘일본이 F-22 구매를 추진 중’이라는 최근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한 확인 요청을 받고 “미국은 일본과 차세대 전투기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와일더 보좌관은 “미-일 방위 체계의 전환 속에서 일본은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괌으로의 이동배치를 돕고 있고, 중국 공군이 빠른 속도로 현대화하고 있으며, 북한의 미사일 및 핵능력에 대해 일본은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차세대 전투기에 대해 일본 공군으로부터 요구가 있다”고 말했다.

와일더 보좌관은 “하지만 기종이 어떤 것이 될지는 정해진 게 없으며 전문가들이 연구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2008년 여름 차세대 주력 전투기를 선정할 예정인 일본 정부는 후보로 F-22를 꼽고 있다.



그러나 미 의회가 F-22A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며 한 대에 2억∼3억 달러(약 1900억∼2850억 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다. 자위대의 현재 주력 전투기인 F-15의 개량형이면서 가격이 랩터의 절반도 되지 않는 F-15FX를 먼저 구매한 뒤 F-22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일본의 차세대 주력전투기 예산은 총 1조 엔(약 8조 원) 규모다.

일본이 F-22를 대량 도입하면 동북아 관련국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일 워싱턴타임스가 “일본이 최대 100대의 F-22 전투기 구매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중국 반관영 통신사 중궈신원왕(中國新聞網)은 “대만해협에서 지난 20년간 이뤄져 온 군사력 균형이 깨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100대 도입은 일본 차세대 전투기 사업 전체 예산의 2, 3배 규모여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미 공군은 올 2월 말 3개월 시한으로 F-22 12대를 주일 미군기지에 배치했다. 일본 방위성은 주일 미공군과 항공자위대의 훈련을 제안해 27일 이틀간 오키나와 주변 해역에서 양국 공군의 첫 연합훈련이 실시된다.

일본 자위대는 200여 대의 F-15를 주력 전투기로 갖고 있으나 성능이 한국 공군의 F-15K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스텔스 성능 완벽… 기존 전투기와 모의공중전 백전백승

현존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되는 F-22(일명 ‘랩터’)는 레이더에 거의 잡히지 않는 뛰어난 스텔스 성능이 최대 장점이다.

모든 무장과 연료탱크를 기체 내부에 탑재하는 등 첨단 스텔스 설계 덕분에 F-22의 레이더 반사면적(RCS)은 작은 새나 벌레 크기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지상과 공중의 적 목표물은 F-22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알래스카에서 실시된 F-15, F-16 등 기존 정상급 전투기와의 모의 공중전에서 F-22는 144 대 0으로 ‘완승’을 거뒀다.

여기에 고도의 기동성과 초음속 순항 능력, 최첨단 항법장치까지 갖춘 F-22는 현대 항공기술이 총결집된 ‘꿈의 전투기’라는 데 이견이 없다. 미 공군은 몇 년 내 330여 대의 F-22를 실전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중국 본토까지 직접 타격할 수 있는 F-22를 도입할 경우 동북아 군사력의 균형이 일거에 허물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한국 정부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공군은 2012년까지 F-22보다 한 세대 뒤진 F-15K급 차기전투기 20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차기 전투기를 더 우수한 기종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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