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 권력독점 시대착오”… 후진타오 보좌역 쓴소리

  • 입력 2007년 4월 27일 03시 08분


“정부가 권력을 놓아야 사회가 제대로 굴러간다.”

지난해 10월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라는 글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가 발행하는 주간지 ‘쉐시(學習)시보’에 실어 지식인층의 민주화 목소리에 불을 댕긴 위커핑(兪可平·사진) 중국 공산당 중앙편역(編譯)국 당대마르크스주의연구소 소장(편역국 부국장·차관급)이 최근 또다시 중국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개혁개방 이후 사회가 변했으니 정부가 독점해 온 권력을 시민사회 조직에 나눠주라는 주장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보좌역으로 ‘후의 책사’로 불려온 위 부국장이 최근 이처럼 ‘수위를 넘는 주장’을 잇달아 내놓자 중국 지식인층은 배경과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회 변했다…정부 권력 독점 더는 안돼=위 소장은 23일 발행된 쉐시시보 최신호(제382호)에 실은 ‘사회관리체제의 개혁·혁신을 추진하라’라는 제하의 글에서 정부의 권력독점 중단을 역설했다.

그는 “1949년 사회주의 중국이 건국된 이래 중국은 당정과 정치 및 기업, 국가와 사회, 정치 및 경제생활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고도로 일원화된 지도체제를 실시했다”며 “그러나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 체제가 도입되면서 이런 지도체제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혁개방 이후 정부와 국가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시민 사회단체가 늘어나고 경제 및 사회 영역의 문제도 사회가 스스로 해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며 정부가 권력을 시민사회에 나눠줄 것을 주장했다.

▽잇단 민주화 목소리 17차 당대회 영향 줄까=위 소장이 지난해 말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라는 글을 발표한 이후 중국에서는 지식인들의 민주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올해 2월엔 셰타오(謝韜·85) 전 런민(人民)대 부총장이 “민주사회주의만이 중국의 살길”이라고 역설했다.

2월 말 신화통신은 “지금은 민주화보다 경제발전에 매진해야 할 때”라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말을 소개하며 이를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오히려 “민주화를 미루면 소련처럼 망할 수도 있다”는 익명의 관변학자 경고가 뒤따랐다.

홍콩과 싱가포르 언론들은 이런 지식인층의 목소리는 올해 가을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정치개혁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이런 요구가 당 대회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학자들의 중론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