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이날 의회 국정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전체가 조약을 비준하고 엄격히 준수할 때까지 러시아가 조약의 이행중단(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NATO 국가들이 조약비준을 거부하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을 지지함으로써 러시아에 대해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려 한다”며 “이제 말이 아닌 행동으로 군축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CFE는 1990년 11월 NATO 16개국과 옛 바르샤바조약기구(WTO) 14개국 사이에 체결된 재래식 무기 감축 조약. 탱크 야포 공격용헬기 등 재래식 무기의 보유 상한선을 정하고 초과분을 파괴하거나 민수용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감축을 약속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에 MD 체계를 구축하고 NATO가 옛 소련 지역으로 회원국을 확대하려는 계획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미국이 동유럽 국가에 구축하려는 MD는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라며 필요시 해당 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까지 밝혔다. 최근에는 MD를 거론하며 1987년 체결된 중거리핵전력제한협정(INF)에 따른 미사일 개발 중단을 철회할 뜻도 밝혔다.
23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 협력을 요청했으나 러시아 측은 “미국의 MD는 세계 안보에 악영향을 주는 불안 요인”이라며 거절했다.
NATO 측은 “푸틴 대통령의 이번 언급이 최종 결정은 아니기를 희망한다”며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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