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가 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도착한 26일 백악관 의회 등 워싱턴 정치권 안팎의 최대 관심은 그가 내놓을 ‘군위안부 사과’의 방식과 수위에 집중됐다. 의회 지도자들은 아베 총리의 도착 전부터 ‘직접 책임 인정이 없는’ 사과의 재발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고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백악관 주변에서도 ‘아베 총리가 일본 정부의 직접적 책임을 공식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아베 총리는 사과의 장소로 도착 첫날 방문한 의회를 선택했다. 그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상하원 지도자 11명을 만난 자리에서 “개인으로서 총리로서, 고통을 겪은 군위안부 출신 여성들에게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연민의 정(sympathy)을 느낀다.…그들(군위안부 여성)이 극단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 강제적으로 처했던 점을 매우 미안하게 느낀다(feel deeply sorry)”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따라서 총리의 발언은 일본 외교관의 전언 형식으로 AP, AFP통신 등 외신에 실렸다.
그러나 의회 소식통의 설명은 다소 달랐다. 이 소식통은 “아베 총리의 일본어가 ‘사과의 느낌(sense of apology)이 든다’는 통상적인 영어가 아닌 말로 통역됐다”며 “의회 관계자들은 아베 총리의 발언을 본격적인 사과로 받아들이길 주저했으며, 발언이 끝난 뒤에는 의미를 짚어보는 토론도 벌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베 총리가 의회를 선택된 것은 이중의 포석으로 읽힌다. 하나는 일본 정부가 뼈아프게 여겨 온 군위안부 관련 하원 결의안이 의원 101명의 공개지지 속에 진행되는 만큼 ‘의회의 불편한 심기’를 다독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결국 가슴속 깊은 곳, 연민, 고통 등 정중한 어휘가 선택됐지만 핵심 요소인 ‘일본 정부의 책임’을 떠올릴 수 있는 표현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이날 자리는 일본계로 위안부 결의안에 반대의사를 표시해 온 대니얼 이노우에(하와이·민주당) 상원의원이 주선했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에 지지 의사를 밝힌 의원은 101명으로 늘어났다.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단체협의회 간부들은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26일 미 의회 하원의원실을 돌며 결의안 지지를 촉구한 결과 6명의 의원에게 서명 약속을 받았다. 이들이 공식 서명을 하면 혼다 의원이 제출한 결의안에 대한 공동서명 의원이 101명이 된다.
혼다 의원은 이날 저녁 이 단체 김동석 소장에게서 이 소식을 전해 듣고 “120명을 목표로 더 뛰자”고 말했다.
○…유일한 일본계 미국 상원의원인 이노우에 의원이 군위안부 결의안 채택 저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 의회 소식통은 “26일 이노우에 의원이 아베 총리,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 ‘결의안 채택이 미일 관계에 미칠 영향과 시기가 좋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펠로시 의장은 듣기만 하고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노우에 의원은 또 지난달 하원 외교위의 톰 랜토스 위원장과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동아태환경소위원장, 혼다 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결의안 처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45년간 상원의원으로 재직해 온 6선의 이노우에 의원은 미 상원에서 3번째 다선의원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한인 유권자 단체들은 이노우에 의원이 저지 운동에 나서는 것을 경계해 왔다.
이노우에 의원은 이 서한에서 “오랜 정치 생활에서 하원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하며 서한이 공개될 경우 미칠 파장을 우려해 비밀을 유지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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