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의 ‘역습’ 시작되나? ‘9.11식 테러모의’ 적발

  • 입력 2007년 4월 29일 20시 54분


테러조직 알 카에다와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테러용의자 172명이 27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붙잡혔다. 또 다른 테러용의자 136명이 이 지역에서 체포된 지 6개월 만이다. 이들은 비행기를 이용한 이른바 '9·11테러 방식'의 대규모 공격을 준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테러 모의는 알 카에다 조직의 재건을 암시하는 징후들이 속속 포착되는 가운데 드러난 것. 전문가들은 전열을 재정비한 알 카에다의 '역습' 가능성을 강력히 경고했다.

▽제2의 9·11테러?=29일 A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에 체포된 테러용의자들은 9·11테러 방식을 모방해 유전 시설과 국내외 군 기지, 테러범들이 수용된 감옥을 파괴할 계획을 세웠다. 일부는 조종사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에서는 친미 성향의 정부에 반대하는 이슬람 강경파들의 테러 시도가 계속돼 왔다. 이번 테러조직 검거는 7개월간의 추적 끝에 이뤄진 것. 사우디 경찰은 이들이 사막에 묻어놓은 무기와 약 530만 달러어치의 현금을 찾아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을 두고 28일 "알 카에다에 대한 대응이 더 어려운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 카에다는 이제 특정 조직을 넘어 '이데올로기이자 작동시스템'이 됐다는 것.

▽돌아온 알 카에다=최근 외신들은 알 카에다가 과거보다 더 강력한 무장조직으로 재정비됐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미국 정보당국자들에 따르면 알 카에다는 30대의 젊은 테러리스트들로 새 지도부를 꾸리고 수많은 연계세력을 포섭했다. 소수 지도자에 의존했던 예전보다 활동의 탄력성이 커졌다.

이들 상당수는 이라크를 새 근거지로 집결했으며 이곳에서 수니파-시아파간 종파갈등을 부추기면서 탈레반을 비롯한 국외 테러리스트들에게 이라크식 자살폭탄 테러 방법을 전수한다.

오사마 빈 라덴이 살아서 최근의 테러를 직접 주도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탈레반의 고위 지도자 물라 다둘라는 25일 알 자지라 인터뷰에서 빈 라덴이 2월 한국의 윤장호 병장을 숨지게 한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 테러를 직접 기획했다고 말했다.

브루스 리델 전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포린어페어스 최신호에서 "알 카에다가 정치적으로 혼란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로 활동반경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 이주민을 통한 침투가 쉽다는 점에서 영국을 앞으로 주 활동 근거지로 꼽는 견해도 있다.

그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고조되는 숨은 이유로도 알 카에다를 지목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부추겨 양쪽을 동시에 파괴하려는 이들의 '일석이조' 전략이 작동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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