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새로 발행되는 여권은 미국을 상징하는 그림과 문구들로 채워져 과잉 애국심 고취 논란을 낳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모두 28쪽의 여권 중 변하지 않은 것은 암청색 표지뿐. 출입국 도장이 찍히는 안쪽 페이지는 예전에는 살구색 바탕이었으나 새 여권에는 미국 역사를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을 배경에 깔고 있다. 미국 독립전쟁, 서부 소몰이, 에이브러햄 링컨 등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진 러시모어 산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각 페이지 상단에는 링컨 등 역대 대통령들이 남긴 유명한 발언 내용이 배치됐다. 본인 서명날인 페이지에는 성조기와 함께 미국을 상징하는 흰머리독수리 사진이 실렸다.
6년에 걸쳐 디자인 작업을 총괄한 미 국무부는 새 여권에 ‘미국의 형상(American Icon)’이라는 이름까지 붙이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새 여권은 디자인 전문가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배경 그림과 문구 때문에 지면이 지저분해 보일 뿐만 아니라 지극히 미국적인 그림과 문구 선정 때문에 외국에서 반미 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 디자인 회사 펜타그램의 마이클 비어러트 씨는 “여권 같은 기능적 서류에 애국적 메시지를 담아 강압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디자인과 함께 테러방지용 생체인식 컴퓨터 칩을 내장한 여권은 7월부터 미국 전역에서 일제히 발행된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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