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의 다우존스 50억 달러 인수제의 일파만파

  • 입력 2007년 5월 2일 14시 48분


호주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경제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를 거느리고 있는 경제정보전문 서비스인 다우존스를 50억 달러에 인수할 용의가 있다고 전격 제의한 것을 두고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

머독이 제의한 50억 달러는 다우존스 주식의 4월 30일(이하 현지시각) 종가 기준으로 무려 65%나 높은 수준이란 점이 우선 관심사다. 다우존스 주가는 이 매입 제안이 공개된 후 58% 급등이란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관심은 다우존스 지분을 의결권 기준으로 64.2%나 보유한 밴크로프트 가문이 머독에게 회사를 넘길 것이냐는 점이다. 100여년 전 클레어런스 바론이 부인을 설득해 다운페이먼트 조건으로 2500달러를 투입해 다우존스에 투자한 것이 시발점이 돼 그간 밴크로프트 가문이 흔들림없이 절대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왔기 때문이다.

월가와 언론계에서는 머독이 이처럼 많은 돈을 주고 다우존스를 인수하려는 목표, 특히 다음 전략이 무었이냐는 쪽에도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머독이 다우존스 인수에 성공하면 월스트리트저널의 막강하고 신뢰도 높은 정보를 발판으로 기존의 케이블 TV 사업을 더욱 강화해 특히 CNBC에 타격을 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다우존스 노조가 특히 '월스트리트저널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명분으로 머독의 인수 제의에 즉각 반대하고 나선 점도 변수로 작용할 조짐이다.

블룸버그가 1일 전한 바에 따르면 밴크로포드 가문은 머독의 제의에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우존스는 이날 성명에서 이사회에 전달된 가문의 기본 입장이 '매각 불가' 쪽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워낙 높은 가격이 제시됐기 때문에 밴크로포드 가문이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이어진다. 민간시장조사기관인 더 벤치마크나 미디어 합병 전문 투자은행인 W B 그림스 관계자들은 가격 조건이 좋기 때문에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절호의 매각 찬스라는 것이다.

로이터는 밴크로포드 가문과 월스트리트 저널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특히 월스트리트 저널 때문에 다우존스를 머독에게 넘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우존스에 따르면 표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 밴크로포드 가문이 최소한 50%의 의결권을 동원해 매각을 저지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밴크로포드 가문의 직접적인 코멘트를 따려고 했으나 즉각 접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월가 관계자들은 2003년의 뉴요커 잡지 보도를 근거로 당시 밴크로포드 가문이 신탁회사를 통해 뉴욕타임스 인수를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진 점을 상기시켰다.

당시 인수 시도는 '독립적'인 이사회 멤버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5년 나온 보도는 맥락이 틀리다. 머독이 소유한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밴크로포드 가문의 젊은 상속자들이 다우존스 매각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당시 워싱턴포스트 혹은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보도가 있은지 얼마 안돼 다우존스는 이례적으로 기자 출신이 아닌 리처드 잔니노를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면서 저널리스트로 뼈가 굵은 피터 칸을 밀어냈다.

CNN머니가 1일 인터넷판에 올린 시시주간 타임은 '월스트리트저널이 그 정도 거금을 들여 인수할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분석 기사를 냈다. 타임은 이와 관련해 불과 한달여 전 투자자 샘 젤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을 거느린 언론기업 트리뷴을 인수하면서 시가에서 그리 높지 않은 금액을 지불한 점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머독이 이처럼 높은 가격을 제시한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첫째 월스트리트 저널이란 '명품 브랜드' 가치를 머독이 감안했다는 것이다. 머독의 미디어 왕국을 관장하는 뉴스코프 산하에는 현재 미국의 경우 뉴욕 포스트와 폭스TV 등이 주축이어서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에서 월스트리트저널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머독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특히 탐낸다는 얘기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다른 주요 일간지의 구독부수가 대부분 떨어지는 악조건에서도 지난해 또다시 부수가 늘어 지난해말 현재 유료 독자가 근 172만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또 메이저 신문으로는 처음으로 유료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해 계속 유지하면서 현재 약 8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타임은 상기시켰다.

저널이 이런 저력을 과시하면서도 정작 기자 규모는 600명 가량으로 뉴욕타임스의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영 측면에서도 머독이 탐낼만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머독으로서는 대표적인 '엘리트 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을 어떻해서라도 갖고 싶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우존스 노조가 즉각 머독의 매각 제의에 제동을 걸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신문 노조측은 1일 낸 이메일 성명에서 머독이 그간의 언론 인수·합병에서 보인 점을 기억하라면서 "다우존스라고 달리 처리할 리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는 다우존스 직원 7400명의 27% 가량을 대표한다.

노조 위원장은 "월스트리트 저널과 다우존스가 계속 독립적인 언론사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러나 그는 "(머독이 아닌) 다른 인수자에게도 마냥 저항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머독의 언론 경영관만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임을 분명히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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