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1일 JP모건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를 인용해 제록스의 CEO인 앤 멀케이(54) 회장이 지난달 초 우르술라 번스(48·사진) 이사를 사장에 임명한 것은 그녀를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격주간 경제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의 CEO 가운데 여성은 멀케이 회장을 포함해 12명뿐이며 흑인 여성은 한 명도 없다. 500대 기업 CEO 가운데 흑인은 7명으로 모두 남성이다.
번스 사장은 재계의 ‘콘돌리자 라이스’로 통한다. 그러나 중산층 가정의 외동딸로 비교적 유복하게 자란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달리 번스 사장은 뉴욕 맨해튼의 저소득층이 모여 사는 공영주택가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컸다. 어머니는 세탁소에서 일하고 집에서는 탁아소를 운영하며 세 자녀를 키웠다.
번스 사장은 컬럼비아대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80년 여름방학 때 인턴사원으로 제록스와 인연을 맺었다. 입사 20년 만인 2000년 수석부사장에 올랐으며 제록스를 세계 최고의 초고속 컬러프린트 제조업체로 키워내는 데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는 포천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 중 27위를 기록했다. 흑인 여성으로서는 8위를 기록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씨에 이은 두 번째 순위였다.
번스 사장은 2년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여성이거나 흑인이라는 사실보다는 나이 때문에 더 어려움을 겪었다”며 “사람들은 내게 ‘사장은 어디 있느냐’고 했고 내가 사장이라고 하면 ‘몇 살이냐’고 묻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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