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거액 기부금, 일단 받고 보자”

  • 입력 2007년 5월 4일 02시 51분


“더러운 돈(tainted money)을 정치자금으로 받을 것인가.”

부정행위에 연루된 후원자들이 보내는 거액의 기부금으로 인해 미국 대선 후보들이 고민에 싸였다. 후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큰손’ 후원자 중에는 각종 금융기법을 이용해 세금을 탈루한 의혹을 받는 기업가가 상당수다. 한 푼의 선거자금이 아쉬운 시점에서 비리 기업가의 기부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후보의 윤리성을 판단할 중요한 잣대로 떠올랐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세금 탈루 의혹으로 가장 따가운 눈총을 받는 인물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주요 후원자인 미디어 거물 하임 사반 씨. 그는 힐러리 의원 진영에 수만 달러를 기부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도서관 건립에도 500만 달러를 내놓을 정도로 클린턴 부부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다.

최근 그는 2001년 이후 해외 조세 피난처를 통해 3억 달러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밝혀져 미 국세청(IRS)에 탈루액을 납부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힐러리 의원 진영은 사반 씨의 조세 회피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부금을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부금을 받을 당시 세금 탈루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사반 씨도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세금 문제를 처리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텍사스 출신 기업인 샘과 찰스 와일리 형제에게서 ‘수상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매케인 의원 선거자금 모금행사의 단골 주최자인 와일리 형제는 2억 달러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IRS의 조사를 받고 있다.

워싱턴 정치 감시 단체인 ‘대응정치’의 셰일라 크럼홀즈 이사는 “후보들은 후원금에 철저한 ‘손익 계산’을 해야 한다”면서 더러운 돈을 받은 것에 대한 정치적 비용이 받은 돈의 가치보다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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