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대선 결선 D―2… 사르코지-루아얄 TV토론 막상막하

  • 입력 2007년 5월 4일 02시 51분


《“방금 들은 내용에 화가 난다. 이건 정치적 부도덕의 극치다.”(세골렌 루아얄) “나는 당신의 진정성을 문제 삼지 않으니 당신도 내 도덕성을 문제 삼지 말라. 당신, 너무 쉽게 화를 낸다.”(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선의 마지막 분수령이 될 TV 토론이 2일 열렸다. 예정된 2시간을 40분가량 넘길 정도로 열띤 토론이었다. 대중운동연합(UMP)의 사르코지 후보와 사회당의 루아얄 후보는 좌우파 양당의 이념 차이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불꽃 튀는 한 판을 벌였다. 상대방의 발언을 도중에 ‘자르며’ 날을 세운 경우도 빈번했다.》

전반적으로 루아얄 후보의 공세가 거셌다. 뒤처진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반면 사르코지 후보는 강성 이미지가 가져온 반감을 의식한 듯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려 애썼다.

가장 격한 분위기가 연출된 것은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 문제가 거론됐을 때. 장애아동의 일반 학교 입학이 보장돼야 한다고 사르코지 후보가 말하자 루아얄 후보는 “내가 교육장관일 때 도입한 장애아동 교육 특별 조치를 현 정권이 없앴다”며 정치적 부도덕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35시간 근로제에 관해서는 사르코지 후보가 루아얄 후보를 자극했다. 그는 “일자리를 케이크처럼 조각내서 나눠 가질 수 있다는 논리는 세계 어느 나라도 따르지 않는 논리며 역사적 실책이다”라고 지적했다. 루아얄 후보는 “그렇다면 현 정부는 왜 진작 이 제도를 없애지 않았는가”라고 응수했다.

사회 폭력으로 화제가 옮아가자 루아얄 후보는 “2002년 당신은 ‘톨레랑스 제로(무관용)’를 선언했는데 폭력 사건은 왜 더욱 늘었는가”라고 꼬집었고 사르코지 후보는 “수치상으론 줄었다”고 대답했다. 연금, 세금 문제에 관해선 사르코지 후보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세금 때문에 프랑스의 고용이 줄어들며 자본이 떠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루아얄 후보는 “연금 인상을 위해 주식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받았다.

2000여만 명이 지켜본 이번 토론회는 높은 관심도에 걸맞게 양측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두 사람은 발언 때마다 ‘무슈’ ‘마담’이라는 경칭을 붙였지만 발언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

루아얄 후보는 “왜 현 정권에서 진작 하지 않았는가”라는 지적을 계속했고, 사르코지 후보는 “왜 당신은 다른 견해를 비꼬며 말하는가”라는 식으로 맞받았다.

“대통령이 되려면 쉽게 화를 내선 안 되고 침착해야 한다”는 사르코지 후보의 지적에 루아얄 후보는 “불의에 직면했을 땐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받아쳤다.

토론회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사르코지 후보는 강성 이미지를 다소 가린 채 냉정함을 잃지 않았고, 루아얄 후보는 적극적인 공세로 ‘경량급’이라는 이미지를 어느 정도 상쇄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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