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성격, 빠른 의사 결정,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팀워크를 중시하는 자세.’
투자은행인 미국 골드만삭스가 미 행정부 고위직 인재 발탁 루트로 각광받고 있다. 뉴욕 월가의 격심한 경쟁과 국제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뚫고 살아남는 과정에서 훈련된 자질이 워싱턴의 권력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행정부 엘리트 관료를 그만두고 골드만삭스로 옮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회전문’ 관계가 형성된 셈이다.
국무부는 2일 디나 하비브 파월(여) 교육·문화담당 차관보가 곧 사임하고 골드만삭스의 사회공헌 담당 디렉터로 옮겨간다고 발표했다.
이집트에서 3세 때 이민 온 파월 차관보는 33세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의 최고위 아랍계로 주목을 받아 왔다.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은 “아이디어만 많은 사람도 많지만 파월차관보는 풍부한 아이디어를 실천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이라며 인재를 골드만삭스에 빼앗기는 것을 아쉬워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7월엔 로버트 졸릭 국무부 부장관이 골드만삭스 국제담당 부회장으로 이직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부시 행정부 입성은 훨씬 더 많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조슈아 볼턴 백악관 비서실장은 각각 이 은행 최고경영자(CEO)와 법률·정부부문 담당 집행이사 출신이다. 케니스 브로디 전 수출입은행 총재, 존 코진 뉴저지 주지사도 이 은행 출신이다.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인 스티븐 프리드먼 대통령해외정보자문위 의장은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을 지내다 골드만삭스 이사로 복귀했다.
과거에도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의 존 화이트헤드 국무부 부장관 등 수십 년간 골드만삭스에서 잔뼈가 굵은 행정부 고위직의 사례는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골드만삭스 출신인 아메리칸대 리처드 리노웨 교수는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고액 연봉을 받아 정치자금 기부를 많이 하는데다 실력을 겸비하고 있어 발탁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성공의 문화’의 저자인 리사 앤들릭 씨는 “골드만삭스에서 잔뼈가 굵는다는 것은 케네디가나 부시 가문에서 자라는 것이 정치 입문에 도움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골드만삭스는 월가의 다른 조직과 달리 스타플레이어보다는 팀워크를 중시한다. 유명세를 좇지 않고 조용히 일하는 걸 불문율처럼 여기며, 의사결정은 일선부서에서 최고위급까지 컨센서스(합의)를 중시한다.
관료조직 내에서 거미줄처럼 얽혀서 일해야 하는 워싱턴 관가에 적합한 자질이 몸에 밴다는 것이다. 뉴욕은 돈을 좇는 곳이고 워싱턴은 권력을 좇는 곳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요구되는 기본 품성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도 임직원의 관직 진출을 환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 은행 출신들이 공공부문에서 봉사하는 것을 환영하며 우리의 자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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