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한 벌 때문에 배상금 6500만 달러(약 600억원) 청구 소송(본보 4월 28일자 A12면 보도)을 당한 미국 워싱턴의 세탁소 주인 정모 씨 부부는 3일 오후 한인단체 간부들이 찾아오자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흑인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있는 정 씨의 세탁소를 워싱턴한인연합세탁협회 윤팔혁 회장과 간부들이 방문했을 때 일단 영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최근 미국인 변호사를 선임한 정 씨 부부는 불안한 마음으로 다음달 10일 첫 공판을 준비하고 있다.
○…정 씨 부인은 2일 ABC방송의 나이트라인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일이 이렇게 오래 걸릴 지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곳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이번 소송 소식을 접한 한인 이민 1세대들의 착잡함은 크다. 28년전 이민을 왔다는 김모 씨는 "남 일 같지 않다. 다 털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막상 서울 가면 다시 적응하고 살 수 있을까 걱정도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송 남용 사례에 대응해온 미국불법행위개혁협회(ATRA)의 셔먼 조이스 회장은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피어슨 판사가 이번 주 예정된 판사재임명(임기 10년)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멜빈 웰스 씨도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자신이 이번 사건의 판사라면 소송을 기각하고 피어슨 씨에게 정 씨에게 법률비용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할 것이라면서 피어슨 씨를 변호사협회에서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정 씨 부부에 따르면 피어슨 씨는 '바지 분쟁'을 빚기 전 5년 동안 이 세탁소와 거래한 금액이 전부 합쳐 750달러 정도로 한달에 한번 정도 찾아오던 손님이었다.
정 씨 부부가 주변 사람들에게 전한 사건 경위는 다음과 같다.
"2005년 5월3일 피어슨 씨가 맡긴 바지는 3벌 중 한 벌을 종업원이 다른 손님 것과 혼동했다. 1주일 후 돌려 주려했으나 피어슨 씨는 자기가 맡긴 건 다른 정장 바지라면서 정장 값 1800달러를 변상하라고 요구했다. 아들을 시켜 전화를 걸어 타협을 시도하다가 결국 1800달러를 다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옷값을 증명할 영수증을 달라고 하자 다시 시비가 붙었고 피어슨 씨는 '고객 만족 보장' 등의 문구를 이유로 5만 달러를 청구했다. 티격태격하다 6500만 달러 소송이 들어왔다.
자잘한 분쟁이 잦은 세탁업은 법정까지 가도 대부분 간이 법정에서 중재를 통해 해결되지만 피어슨 씨는 이마저 거부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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