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프랑스가 젊어지는 날”

  • 입력 2007년 5월 7일 03시 01분


우파의 재집권이냐, 좌파의 정권 탈환이냐를 놓고 뜨거운 열기 속에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6일 결선투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프랑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 때문에 프랑스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다. 4월 22일 1차 투표 이후 프랑스는 좌우파로 선명하게 갈려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TV 토론 대반전 없었다=1차 투표 참가율이 84%에 가까웠고 2일 실시된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 세골렌 루아얄 후보의 TV 토론을 2200만 명이 시청했을 정도로 이번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높았다.

6일 결선투표의 투표율은 낮 12시 현재 34.11%로 1차 투표 때의 같은 시간대보다 높았다. 역대 기록에서도 이 시간대의 투표율은 1969년부터 5차례 치러진 대선 가운데 35.62%를 기록한 1974년 대선 결선투표에 이어 가장 높았다.

공식 선거운동은 4일 밤 12시 마감됐다. 사르코지 후보는 마감 직전 발표된 지지율 조사에서도 1차 투표 이후 줄곧 지켜 온 우세를 유지했다. 그는 입소스 여론조사에선 55% 대 45%, TNS-소프레스의 조사에선 54.5% 대 45.5%로 루아얄 후보를 앞섰다. 루아얄 후보는 TV 토론으로 지지율 만회를 노렸지만 오히려 토론 이후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사르코지 후보와 루아얄 후보는 1차 투표에선 각각 31.2%, 25.9%를 득표했다. ▽실용주의적 신세대 대통령 탄생=프랑스는 50대 초반 대통령의 탄생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 시대의 ‘구세대’ 정치인과 비교해 ‘신세대’로 분류되는 새 대통령은 여러 면에서 구세대와는 다른 면모를 갖췄다.

우선 샤를 드골 대통령에서부터 시라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제왕적’인 통치 스타일을 고수해 온 프랑스 대통령의 이미지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권위보다 실용을 앞세우는 신세대의 특성 때문이다. “변변한 개혁이 없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시라크 대통령의 12년 집권 기간에 비해 앞으로 5년간 사회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파리 시내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도 대부분 변화를 예상했다. 회사원 필리프 라베른(42) 씨는 “경제가 이 상태로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사르코지를 찍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한 유권자는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5% 성장에 그쳤고 실업률은 8%를 웃돈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번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투표율을 놓고 “프랑스 민주주의의 재확인”이라고 평가했다. 참여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과시했다고 뿌듯해 하는 시각이다.

한편 프랑스 경찰은 이날 결선투표에서 패배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소요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파리와 교외 지역에 3000명 이상의 경찰을 추가 배치하고 경계를 강화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 통제 못해=이번 선거는 큰 사건 사고 없이 치러졌지만 달라진 미디어 환경 때문에 일부에서 잡음이 불거졌다. 기존의 신문, 방송 외에 인터넷 블로그가 중요한 매체로 부각됐지만 기존의 선거법이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

선거법은 공식 선거운동이 마감된 4일 밤 12시 이후로는 신문에서 어떤 후보의 인터뷰도 게재하지 못하게 막았다. 이에 따라 일간지 르파리지앵은 5일자 조간에 사르코지 후보와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려다 포기했다. 하지만 르파리지앵은 4일 저녁 웹사이트에 해당 기사를 전제하고 5일자 신문에는 ‘웹사이트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보라’는 광고를 실음으로써 법을 교묘하게 피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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