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이 전술은 다테마에(建前·겉으로 드러내는 명분)와 혼네(本音·속마음)를 적당히 버무려 상대측이 직공(直攻)하기 어렵도록 하려는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 공물에 대한 아베 총리의 발언은 일본 내 보수파에게선 ‘소신을 버리지 않았다’고 평가받고,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도 피해 가려는 ‘꼼수’의 산물이다. 군위안부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일본 정부의 책임과 사죄를 회피해 온 골수 보수파답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차라리 솔직했다.
▷아베 총리는 취임 후 중국과 한국을 가장 먼저 방문해 아시아 중시 외교를 펼칠 것처럼 처신했다. 그러나 미국을 방문하기 전에는 미 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이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이번에는 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책임과 사과를 표명한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혀 놓고 뒤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몰래 바친 것이다. 군 위안부 문제는 외면한 채 북한의 일본인 납치만 문제 삼는 것도 이중 잣대의 위선이다.
▷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총리와 같은 세습 정치인이지만 겉과 속이 비슷한 스타일로 평가된다. 반면에 아베 총리는 겉은 솜 같지만 속은 쇳덩어리인 ‘면철(綿鐵) 스타일’이란 말을 들을 만큼 표리부동한 정치인이다. 전쟁이 끝난 지 60년도 더 지나도록 과거사를 정리하지 않고 있으니 일본이 경제 규모에 어울리는 대국으로 대접받을 길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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