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군 동상 철거 문제로 불거진 러시아-에스토니아의 갈등을 이렇게 부르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전쟁 영웅의 동상을 더럽히려는 자들은 국민을 모욕하고 국가 간 불화의 씨를 뿌리는 것”이라며 에스토니아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에스토니아는 물러설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 언론은 러시아에 비해 인구는 106분의 1, 면적은 380분의 1에 불과한 발트 해 소국(小國) 에스토니아의 ‘선방’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00 대 1의 대결=러시아와 에스토니아의 양국 대결은 지난달 26일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 시내에 세워진 소련군 동상 이전 문제로 시작됐다. 에스토니아가 소련 잔재 청산 차원에서 동상 철거를 결정하자 러시아는 국교 단절, 에스토니아 제품 불매 운동을 거론하며 극한 대결로 몰고 갔다. 모스크바 주재 에스토니아 대사관 앞에서는 러시아 청년들이 에스토니아 국기를 불태우고 대사관 차량 통행을 막았다.
양국 대결은 지난해 12월 러시아와 그루지야가 갈등을 빚었을 때처럼 러시아의 압승으로 끝날 듯 보였다.
그렇지만 에스토니아는 수백 배 덩치 큰 러시아의 공세를 3주째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러시아 전승 기념일인 9일 모스크바 시내에서는 젊은이들이 에스토니아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시위로 문을 닫았던 에스토니아 대사관은 10일 러시아 경찰의 보호 아래 모스크바 시민에 대한 비자 업무를 재개했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또 8일 러시아의 요청으로 중재에 나선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방문을 거절했다. 러시아 최대 기업 가스프롬의 임원으로 일하는 슈뢰더 전 총리가 러시아 편을 들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무역 보복도 두렵지 않다=러시아 언론은 에스토니아가 물러서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양국 무역 관계에서 러시아의 의존도가 더 큰 사실을 거론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에스토니아와의 교역에서 10억 달러 흑자를 냈다. 에스토니아의 수출은 스웨덴 등 북유럽에 치우친 반면 러시아 제품은 에스토니아의 수입품 중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원유의 53%는 에스토니아 항구를 거쳐 갔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러시아가 무역 보복에 나설 경우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불매운동 대상으로 삼고 있는 식품과 섬유가 에스토니아의 대(對)러시아 수출 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에스토니아산 음료와 섬유에 대해 수입을 제한해 봤자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스토니아는 이런 계산을 끝낸 듯 이번 사태를 전면전으로 끌고 가고 있다. 게르만 그레프 러시아 경제개발통상부 장관은 8일 “에스토니아에 대한 무역 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에스토니아는 양국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18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러시아 정상 회담을 취소하도록 EU에 압력을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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