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어떻게…“요양소는 감옥” 대부분 독립생활

  • 입력 2007년 5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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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시내 뤽상부르 공원에서 한 할아버지가 ‘구슬치기’와 비슷한 놀이인 페탕크를 즐기고 있고 다른 노인들이 이를 구경하고 있다. 파리의 노인들은 대부분 도시 생활을 계속 즐기기 위해 양로원 같은 복지 시설보다 살던 집에서 여생을 보낸다. 불편한 점은 가사 도우미를 불러 해결한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프랑스 파리 시내 뤽상부르 공원에서 한 할아버지가 ‘구슬치기’와 비슷한 놀이인 페탕크를 즐기고 있고 다른 노인들이 이를 구경하고 있다. 파리의 노인들은 대부분 도시 생활을 계속 즐기기 위해 양로원 같은 복지 시설보다 살던 집에서 여생을 보낸다. 불편한 점은 가사 도우미를 불러 해결한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프랑스에서는 대부분의 노인이 요양시설을 택하지 않고 살던 집에서 노후를 보낸다. 자식들이 성인이 되면 곧바로 독립시켜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경우는 드물다.

보건부 자문위원인 프랑수아즈 포레트 박사는 “무엇보다 노인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양 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사생활 침해로, 심하게는 ‘감옥 생활’로 여긴다는 것. 게다가 현재 60세 이상인 은퇴자들은 넉넉하게 지급되는 연금 덕분에 경제력이 젊은 층보다 오히려 낫다.

힘든 집안 살림은 ‘가사 도우미’를 불러 해결한다.

파리 14구의 알레지아 성당 근처에 사는 키로스 카를로타(97·여) 씨는 아사(ASSAD)라는 회사 소속의 도우미가 매주 월, 수, 금요일 3번 찾아온다. 한 번 올 때마다 일하는 시간은 2시간. 청소, 설거지를 하고 요리도 한다. 매주 한 번은 카를로타 씨 대신 먹을거리를 비롯해 생필품 쇼핑을 한다. 세금을 내거나 우편물을 찾는 일, 은행에 가는 일도 대신 해 준다. 카를로타 씨를 부축해서 산책하는 것도 빼먹지 않는 일이다. 말동무가 돼 주는 것도 주요 임무다.

카를로타 씨 집을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또 있다. 매주 한 번 오는 의사와 간호사. 역시 같은 회사 소속인 이들은 할머니의 건강 상태를 살피고 영양 주사를 놓아 주기도 한다.

최근 들어 프랑스에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급증하고 있다. 2003년 폭염 때 혼자 사는 노인이 사망한 사례가 많아 프랑스 정부가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가사 도우미’ 관련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자활을 위한 새로운 법과 조치도 마련됐다. 2004년에는 노인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확충을 골자로 하는 ‘연대와 노화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자활을 위한 국립 연대 기구(CNSA)’도 신설됐다. 이 기구를 중심으로 혼자 사는 노인을 위한 비상 연락망, 응급 구조 시스템 등 ‘비상 대책(이머전시 플랜)’이 재정비됐다.

유럽 각국에선 은퇴 이후 노인의 생활 방식이 국가별로 다양한 형태를 띠며 발달하고 있다.

최근 인터내셔널해럴드트리뷴(IH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국가에서 현재 약 16.5%인 65세 이상 인구가 2050년엔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 한다.

스페인에서는 지중해변을 중심으로 노인들을 위한 공동체 마을이 점점 늘고 있다. 각각 독립적인 집에 살면서 간호 서비스,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곳이다. 덴마크에서도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같은 건물이나 마을에 사는 공동체 생활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잠만 따로 잘 뿐 정원, 취사 시설은 공유하는 형태다.

북유럽 국가 노인들도 ‘독립적인 생활’을 중시하기는 마찬가지다. EU집행위원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노르웨이, 네덜란드, 덴마크에선 은퇴한 노인 25명 가운데 1명 정도만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 늘면서 ‘재택 서비스’ 이용도 늘어 영국에서는 대기업들이 재택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어 소규모 서비스 회사를 인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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