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BA “엄마학생 잡아라”…교내 수유실등 임신-육아 지원

  • 입력 2007년 5월 14일 03시 01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졸업을 앞둔 레베카 윌리엄스(31) 씨는 교내 동아리 ‘비즈니스계의 엄마들(Mothers in Business)’의 창설 멤버다. 입학 당시 세 살짜리 아들을 텍사스에 사는 친정어머니에게 보내는 ‘생이별’을 해야 했던 그는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가진 여학생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예비)엄마 학생’들을 위한 교내모임을 만들었다.

이 동아리뿐만이 아니다. 최근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현재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운영하는 미국 대학원 내에는 임신 혹은 출산했거나 이를 계획 중인 여학생들을 위한 각종 모임과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MBA의 경우 학생 상당수가 3년 정도의 현직 경험을 거친 뒤 캠퍼스로 돌아오는 30대 초반인 만큼 임신과 육아는 여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민 중의 하나이기 때문.

지난해 MBA 과정에 지원한 여학생은 전체의 약 30%. 경영대학원 입학위원회(GMAC)에 따르면 지난해 풀타임 MBA 프로그램의 35%, 파트타임의 22%가 여학생 입학생을 늘리기 위해 별도의 ‘친(親)여성’ 모집 방식을 동원했다.

이들 대학원은 교내에 모유 수유실을 마련하고 ‘엄마 학생’ 지원을 위한 활동이나 세미나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며 30대 여성 인재 잡기에 나서고 있다. 기말고사와 출산예정일이 겹치는 여학생에게 과제 제출일과 시험일을 변경해 주거나 여름방학을 이용한 인턴십 과정을 봄학기 활동으로 대체해 준 곳도 있다.

지난해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캐서린 보스(31) 씨는 “1학년 때 임신을 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주변사람들의 따뜻한 배려로 출산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었다”며 “임신한 여자를 전염병 환자처럼 보는 시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의 또 다른 여학생 미첼 퍼티그(28) 씨는 지난해 졸업식을 열흘 앞두고 아이를 낳았다. 갓 출산한 아이를 안은 채 단상에 올라가 졸업장을 받은 그는 “임신기간에 내가 원하는 일정에 따라 학업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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