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골든로즈호와 충돌했던 진성(金盛)호 선원이 중국 현지 언론에 충돌사실을 알고도 항해를 계속했다고 밝혀 '충돌 후 도주'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중국 교통부 소속 해상구조중심은 사흘째 산둥 성, 랴오닝 성 정부와 공동으로 선박 50여 척과 수색구조 헬기, 적외선망원경과 항만레이더를 투입해 야간까지 사고해역에 대해 광범위한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현재까지 실종 선원의 사체를 단 1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골든로즈호에는 선장 허용윤(58) 씨를 비롯해 한국인 선원 7명과 미얀마, 인도네시아 선원 등 16명이 타고 있었다.
▽"충돌할 때 갑판에 선원 있었다"=칭다오(靑島)일보는 14일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항에 억류된 진성호의 선원 리(李)모 씨와 기자가 휴대전화로 통화한 사고 당시 정황을 자세히 전했다.
당시 선실에 있었던 이 씨는 "12일 새벽 3시(중국 시간)경 옌타이 해역에서 선체가 갑자기 크게 흔들리고 진행속도가 느려졌다가 잠시 멈춘 듯 하더니 다시 속도를 회복해 계속 항진했다"며 "배가 충돌했다는 생각을 못 했으며 배가 목적지인 다롄에 도착할 때까지 사고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롄에 도착해 선박수리공이 배의 앞부분이 손상된 사실을 발견한 뒤 선원들은 옌타이 해역에서 사고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 얘기를 듣고 곧바로 선장이 해상구조센터에 충돌위치를 알렸다"고 밝혔다. 리 씨는 또 "당시 갑판에 있었던 선원이 '당시 해상에 농무가 끼어 150m 앞도 보기 어려웠으며 이것이 아마 충돌의 원인일 것'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리 씨의 주장은 충돌 당시 갑판 위에 선원이 있었고 또 충돌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한 셈. 진성 호가 알린 충돌 위치는 동경 121도 41분 96초, 북위 28도(북위 38도의 잘못인 듯) 14분 41초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유족들, 15일 옌타이로 출국=중국 산둥 성 해사국과 랴오닝 성 해사국은 해난사고 합동조사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사고원인 조사에 나섰다.
랴오닝 성 해사국은 골든로즈호와 충돌한 진성호가 12일 오후 2시45분경 다롄 항에 도착하자마자 선박을 억류하고 선장, 선원을 상대로 사고원인과 충돌경위, 충돌 직후 선원들을 구조하지 않은 이유, 사고사실을 뒤늦게 신고한 경위를 집중조사 중이다.
한편 주중 한국대사관은 구두와 문서로 중국 정부에 해당 선박이 늑장 신고한 경위와 구조가 지연된 이유, 사고 발생 20여 시간 만에 뒤늦게 한국 측에 통보한 경위를 알아봐 달라고 정식으로 요구했다고 14일 밝혔다.
주중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처음 알게 된 경위가 중국 정부의 통보가 아니라 한국 해경이 뒤늦게 해당 선박회사가 침몰사고 소식을 신고해 처음 안 뒤 이를 중국 측에 확인해 알 게 된 것"이라며 "이는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로즈호의 관리회사인 부광해운 측은 "사고선박 선원의 가족 24명과 회사 직원 1명이 15일 오전 비행기로 부산 김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 중국 옌타이(煙臺)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부광해운 측은 "선원 가족들과 함께 현지의 해사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해사국 측에서 가족들의 숙소로 책임자를 보내 조사결과와 향후 계획 등을 브리핑하겠다는 답변을 해왔다"고 밝혔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부산=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