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신세대와 동북아의 미래]경제·문화 분과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0분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싱크탱크 연례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참석자들은 각국 신세대의 특징을 분석하면서 이들이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영대 기자
1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중일 싱크탱크 연례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참석자들은 각국 신세대의 특징을 분석하면서 이들이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박영대 기자
오구라 기조 교토대 교수
오구라 기조 교토대 교수
장밍 중국 CICIR 교수
장밍 중국 CICIR 교수
김예란 한림대 교수
김예란 한림대 교수
“유럽처럼 3국 공동가치관 만들어야”

“동아시아가 다양한 가치와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오구라 기조 교토대 교수)

“동아시아는 유교라는 공통적인 가치관을 가졌다. 신세대를 위해 공통 가치관 형성에 필요한 토대를 마련하자.”(청강 칭화대 교수)

12일 오후에 진행된 ‘사회·문화측면’ 토론에선 동아시아의 공통 가치관에 대한 논의가 핵심으로 등장했다. 토론 참석자들은 한국 중국 일본이 정치와 경제, 외교 등의 분야에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마찰을 빚을 수 있으나 문화 영역에서 공통 가치관을 형성하면 다른 분야의 긴장감을 해소하는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며 이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청강 교수는 “유럽의 문화는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문자는 뿌리가 같아 통합에 기여했다”며 동아시아 3국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공통 문자를 제안했다. 그는 “유럽이 통합에 성공한 것은 자유와 인간 등 공통 가치관을 형성해 왔기 때문”이라며 “동아시아 3국이 여러 분야에서 공통된 목표를 추구하려면 기본적으로 공통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호철 인천대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국가별로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나 이들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며 “오히려 동아시아 문화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공통 가치관 형성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역사적인 배경과 관점이 다른 상대방 국가를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도 많았다. 고스게 고이치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역사적인 배경이 다른 3개 국가가 공통 가치관을 공유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리이며 어려운 문제”라며 “상대방이 어떤 역사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를 꼭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통 가치관에 접근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토론자들이 각국의 처지를 반영해 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오구라 교토대 교수는 “동아시아 3국은 역사 인식에서 자국의 주체성을 반영한다”며 “동아시아가 다양한 가치와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고 역설했다. 왕위안저우 베이징대 교수는 “동양의 많은 사상은 동아시아의 세계화 등 보편적 성향을 띠고 있다”며 “3국의 공통적 토대인 유가의 사상대로 하면 상대방을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통 가치관 형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장밍 CICIR 교수는 “동아시아의 문화는 모두 같이 되는 것보다 다양한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동질화로 몰아가면 의도하지 않았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주제발표 1

반일-혐한은 문화교류로 풀어야

문화 분야에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추구하는 것은 정치 경제 외교에 비해 충돌 요인이 적다. 그렇다고 해서 문화 교류를 하면 저절로 내셔널리즘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에는 국가 정체성이 반영돼 있어 반일(反日)과 혐한(嫌韓)처럼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문화적 정체성을 추구하면 자국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한류는 버블 붕괴와 극단적인 포스트모던으로 해체된 일본 사회를 이성적이고 주체적이고 모던한 사회로 되돌리자는 노력이다. 한국이 보여준 외환위기 극복과 민주화 등 과감한 실험정신을 배우자는 것이 한류라는 형태로 드러났다.

이는 두 문화 사이의 충돌인 혐한과 다르지 않다. 혐한 또한 일본인의 주체성을 되찾는다는 것으로 다만 일본의 주장을 당당히 말하자는 것이다. 시대사상의 교류를 통해 일본 사회는 부정적이었던 1990년대 인식에서 벗어나 대항할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은 시대사상을 교류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군위안부 문제와 식민 통치 등에 대해서는 마찰을 일으킨다. 세세한 부분을 논의하기보다는 한중일이 공유할 가치와 공동체 정신을 고민해야 한다.

오구라 기조 교토대 교수

■ 주제발표 2

전통문화 매개로 대화의 장 마련

사람들은 경제가 성장할수록 문화도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생태계 파괴와 인간 소외 등이 있어 인간은 자신을 기계 부품처럼 느끼고 도시 생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점점 나빠진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정신문화에 해당하는 영역에 있으며 전통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인터넷은 대중이 전통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 누리꾼들은 전통문화 부활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다. 전통문화의 부흥이 어떻게 동아시아의 정체성을 형성할 것인가. 인터넷은 일종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동아시아에는 아직까지 지역주의 관점이 없어 동아시아 의식이 형성되지 못했다. 인터넷에서는 소외된 계층까지도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동아시아 누리꾼이 광범위하게 교류하고 전통문화를 공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전통문화는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다. 전통문화를 자발적으로 인식하고 각각의 문화를 포용해 통합체제를 이루는 데 누리꾼의 역할이 중요하다.

장밍 중국 CICIR 교수

■ 주제발표 3

신세대, 가상사회서 충족감 얻어

신세대의 특성은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산물이다. 디지털화와 정보화를 거치면서 개인과 사회, 생산과 소비, 일상과 정치 등이 뒤섞여 신세대의 특성이 형성됐다.

문화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시기에 성장해 팽창하는 문화산업에 익숙하다.

정치에서도 이전 세대와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정치 제도에는 관심이 없지만 정치 이벤트를 만들어내며 이를 즐기기도 한다. 이들의 정치 태도는 가변적이어서 예측하기 힘들다. 개인주의와 실리주의가 깔려 있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거대한 목표를 일관되게 주장하기보다는 구체적 사안을 개인적 가치관에 따라 판단한다.

이들의 특성은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형성돼 가상사회에서 대안적인 충족감을 얻는다. ‘가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 현실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을 뜻한다. 정체성을 획득하고 사회적으로 공인받기 위한 각축을 벌이는 공간이다.

김예란 한림대 교수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공동 역사연구-교과서 제작

민족간 갈등 풀 수 있는 열쇠”▼

올해 ‘한중일 싱크탱크 연례 심포지엄’에는 ‘한중일 신세대와 동북아의 미래’라는 주제에 걸맞게 3국의 대학원생들이 참가해 젊은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화여대 대학원 정치외교학 석사과정 원지현(22·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국제협력 박사과정 진카이(金凱·32),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통상학 석사과정 후쿠모토 에리카(福元英理香·35·여) 씨가 주인공.

3명의 젊은이들이 각국 신세대의 특징을 얘기하며 밝게 웃는 모습에서, 이날 심포지엄의 화두(話頭)가 된 ‘인터넷에서 나타나는 신세대의 배타적 민족주의’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한중일의 신세대가 직접 만나 소통하며 문화 차이와 다양성을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분단, 전체주의, 냉전을 겪지 않아 기성세대에 비해 서로 편견이 적은 신세대가 선린교류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것. 이들은 외교와 역사 갈등을 이용하는 배타적 민족주의 정치와 지나친 자국중심주의 교육을 신세대의 열린 교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젊은 세대가 역사교과서에서 접하는 중국 일본은 한국에 적대적 이미지로 다가올 때가 많습니다. 이런 이미지만 강조되면 배타적 내셔널리즘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신세대들 역시 여전히 서로 먼 나라로 느낄 수밖에 없죠.”(원 씨)

“일본의 젊은 세대가 동아시아 교류에 아무리 적극적이어도 일본 정부가 동아시아 역사 갈등의 뿌리를 해결하지 않으면 목에 걸린 가시처럼 갈등이 신세대를 따라다닐 겁니다.”(후쿠모토 씨)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려운 영토와 역사 문제를 편협한 민족주의를 이용해 정치 이슈로 만드는 데 질렸어요. 역사 문제는 역사가들에게 맡기는 합리적인 태도가 아쉽습니다.”(진 씨)

이들은 한중일이 자신의 약점을 상대의 강점으로 보완하는 경제 교류 프로그램의 마련, 한중일 공동 역사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한 교과서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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