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신세대와 동북아의 미래]정치·외교 분과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0분


양밍제 CICIR 원장보
양밍제 CICIR 원장보
다카하라 모토아키일본학술진흥회 연구원
다카하라 모토아키
일본학술진흥회 연구원
유석진 서강대 교수
유석진 서강대 교수
《손수제작물(UCC)과 블로그 등 새로운 인터넷 흐름이 각국의 정치 외교 경제 문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즘 인터넷의 주역인 한국과 일본 중국 신세대가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진단하는 국제 심포지엄이 12일 동아일보사와 일본 아사히신문사 공동 후원으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한중일 싱크탱크 연례 심포지엄: 한중일 신세대와 동북아의 미래’를 주제로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化汀)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PEACE21), 일본 아사히신문 아시아네트워크(AAN),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이 공동 주최했다. 주제 발표는 한중일 3국의 전문가 6명이 맡았으며 학자와 언론인, 전직 관료, 대학원생 등 30여 명이 토론에 참가했다. 6시간 동안 진행된 심포지엄을 지상 중계한다.》

“정치권이 온라인 선동 부추겨선 안돼”

한국 중국 일본 전문가들은 각국 신세대들이 인터넷을 통해 분출하고 있는 배타적인 민족주의가 3국 간 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12일 오전에 진행된 ‘정치 외교 측면’ 토론에서 다카하라 모토아키 일본학술진흥회 연구원은 “최근 한중일 신세대들 사이에서 민족주의적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인터넷을 통한 3국 신세대들의 교류가 늘어나면서 역사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다른 시각이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석진 서강대 교수는 “한중일 3국 신세대 사이에 배타적 선동과 감정적인 대응이 ‘인터넷 민족주의’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한중일 교류 증진에도 특정 이슈에 대해선 적대적 관계로까지 발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이 신세대들의 ‘인터넷 민족주의’를 부추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인터넷 민족주의를 인기몰이의 수단으로 활용하게 될 경우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동북아 공동체 등 한중일 3국 협력 관계가 일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배인준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기성세대들이 협력에 방해가 되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며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역사 왜곡을 시도할 경우 한국 신세대들의 일본과 중국에 대한 이미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밍제 CICIR 원장보도 “신세대들의 인터넷 민족주의는 극단적인 여론을 형성해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싶은 욕구를 담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에 개입하면 더 큰 반작용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인터넷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동북아 3국의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한중일 신세대들이 공통의 인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일부 참석자는 정부 차원의 대학생 교류 프로그램과 한중일 3국의 역사드라마 공동제작, 전통문화 교류 등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유럽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대학 간 교류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프로젝트를 추진해 1, 2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극복했다”며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젊은이들이 직접 만나 경험을 공유하면 배타적인 인터넷 민족주의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강 칭화대 교수는 “한중일 간 공통의 철학을 창조할 필요가 있다”며 “유교문화 등 한중일 전통문화의 공통점은 3개국이 공동의 인식을 구축해 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로명 전 AAN 회장은 “동북아 3국이 자국의 이익을 앞세울 때는 3국 공히 손해를 보는 것은 분명하다”며 “동북아 공동체를 위한 지도자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주제발표 1

中 486세대는 현실지향적

8X세대는 문화욕구 강해

중국의 신세대는 ‘486세대’와 ‘8X세대’로 나뉜다. 486세대는 1960년대에 태어난 40대로, 1980년대에 대학 교육을 받은 이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문화혁명 시기에 태어나 중등 교육을 받았다. 정치적 욕구가 강하고 현실 지향적 가치관을 지닌다. 현재 정치와 경제, 과학기술, 군사 분야에서 새로운 지도자로 떠오르고 있다.

8X세대는 1980년대에 태어난 이들이다. 486세대에 비해 부유한 생활환경에서 자랐으며 국제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현재 문화와 과학기술 분야, 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486세대는 문화혁명과 냉전을 겪으면서 정치적 가치관이 복잡해졌다. 이 때문에 정치 경제 안보에서의 국제 협력을 중시한다. 8X세대는 인터넷과 문화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원한다. 한국 중국 일본의 젊은 누리꾼 사이에서 나오는 인터넷게임 관련 안보 체계를 구축하자는 등의 주장은 486세대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다. 그럼에도 8X세대는 인터넷상에서 격렬한 토론을 벌여 486세대에 영향을 미친다. 동아시아 3국에서 신세대가 인터넷에서 어떻게 소통하는지, 인터넷을 통해 지역 협력을 어떻게 논의하는지 함께 얘기해야 한다.

양밍제 CICIR 원장보

■ 주제발표 2

넷기반 ‘개인형 민족주의’

새형태 내셔널리즘 등장

한국 중국 일본 사이의 내셔널리즘 문제는 주로 역사 문제로 해석돼 왔으나 오늘날 새로운 내셔널리즘이 등장하고 있다. ‘개인형’ 민족주의다. 동아시아에서 과거의 내셔널리즘은 ‘개발주의형’이다. 시민의 직접참여형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억압하고, 정부와 관료가 경제활동에 관여하면서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 개발주의가 발전과 연결되기 때문에 국민은 내셔널리즘을 옹호했다. 혁신파도 공업화와 중간계층의 확대를 반대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적 목표를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계화로 인해 중간계층의 확대라는 목표가 타당성을 잃었다. 사회 유동화가 심화되고 고용과 노동 문제가 생기면서 계층이 양극화되고 있다. 개인형 민족주의는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이런 민족주의는 인터넷과 도시의 소비문화, 하위문화를 기반으로 한다. 대중매체를 불신하고 인터넷과 같은 직접참여형 미디어를 신뢰한다. 정치가에 대한 비판도 장난기 어린 사진조작 등으로 나타난다. 한중일이 동시대에 이런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공통의 기준으로 새로운 민족주의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다카하라 모토아키 일본학술진흥회 연구원

■ 주제발표 3

대학생 교류 활성화

유럽 사례 본받을만

386과 월드컵 세대는 이전 세대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386은 군사독재정권 아래서 성장하면서 진보적 가치를 체득했다. 이에 비해 월드컵 세대는 보수적 성향을 보인다. 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개방적이다. 남한만을 한국의 영토로 생각하는 비율이 50대보다 높고 반공의식은 엷어졌다.

월드컵 세대의 반미 코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2002년 ‘효순 미선이 사건’ 이후 촛불시위에 참여한 신세대들은 성조기를 불태운 뒤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었다. 미국의 근본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 미 정부의 오만함을 비판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중국 누리꾼도 못지않다. 일본 누리꾼 역시 역사, 영토, 문화 문제가 부딪치면 공격적으로 변한다. 인터넷상의 민족주의 표출을 보면 한중일의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든다. 유럽이 오랜 노력 끝에 유럽 통합을 이뤄내면서 추진한 에라스무스 프로젝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이 유럽의 대학을 돌아다니면서 수강하는 프로그램이다. 한중일 젊은이들이 공동의 경험을 만들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교환하는 공동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유석진 서강대 교수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한중일 신세대 지칭 용어

12일 심포지엄에선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신세대를 지칭하는 용어가 자주 등장했다. 이들 용어는 한중일 신세대의 공통점과 함께 상이한 사회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이중의 역할을 했다.

한국의 신세대를 지칭하는 대표적 용어는 ‘W(월드컵)세대’. ‘1980년대 전후 출생 세대’로 월드컵 때 길거리 응원과 촛불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전 세대와는 다른 입지를 굳혔다.

중국의 신세대는 ‘8X세대’. 1980년대에 태어난 이들은 고도성장기에 유년시절을 보내 한국과 일본, 서구세계에 대한 동경이 적다. 서구세계와 협력해야 한다는 현실주의적 외교관을 지닌 이전 세대와 달리 ‘대국(大國)적 자존심’을 내세우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 일본의 경우 ‘프리터족(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을 소비하며 사는 계층)’ ‘니트족(진학도 취업도 하지 않고 부모에게 기생하는 계층)’ 등 최근까지 이어진 불황을 반영하는 용어들이 신세대를 지칭한다.

문병기 기자weappon@donga.com

▼ 참석자 명단 ▼

▽사회 및 진행

남중구(南仲九·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이규민(李圭敏·21세기평화연구소 소장)

▽주제 발표

양밍제(楊明杰·CICIR 원장보)

다카하라 모토아키(高原基彰·일본학술진흥회 연구원)

유석진(柳錫津·서강대 교수)

오구라 기조(小倉紀장·교토대 교수)

장밍(張明·CICIR 교수)

김예란(金艾란·한림대 교수)

▽자유토론(가나다 순)

고스게 고이치(小菅幸一·아사히신문 논설위원)

공로명(孔魯明·전 AAN 회장)

권숙인(權肅寅·서울대 교수)

김은미(金銀美·21세기평화연구소 연구위원·연세대 교수)

남궁곤(南宮坤·21세기평화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화여대 교수)

다카쓰키 다다나오(高槻忠尙·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방형남(方炯南·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배인준(裵仁俊·동아일보 논설주간)

사쿠라이 이즈미(앵井泉·아사히신문 기자)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아사히신문 논설주간)

왕위안저우(王元周·베이징대 교수)

원지현(元智賢·이화여대 대학원생)

이소마쓰 고지(磯松浩滋·AAN 사무국장)

이토 준코(伊東順子·논픽션 저널리스트)

이호철(李鎬鐵·인천대 교수)

정선태(鄭善太·국민대 교수)

진카이(金凱·연세대 대학원 유학생)

청강(程鋼·칭화대 교수)

한석희(韓碩熙·21세기평화연구소 연구위원·연세대 교수)

후지와라 히데히토(藤原秀人·아사히신문 중국총국장)

후쿠모토 에리카(福元英理香·서울대 대학원 유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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