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DNA) 정보를 활용한 최근 과학수사의 발달은 범죄자와 연관된 미세한 단서도 놓치지 않는다. 미국 뉴욕 주가 모든 범죄자를 상대로 DNA 정보를 수집해 수사에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본격 추진 중이다.
이는 검찰총장 출신의 엘리엇 스피처 주지사가 올 초 취임 이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정책. 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관련 법안이 이번 주 안에 제출될 예정이어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범죄자의 DNA 채취는 지금까지 살인, 성폭행 등 일부 흉악범을 상대로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전체 범죄자의 46% 수준. 그러나 법안이 통과될 경우 단순 폭행사건이나 불법 약물복용, 신용카드 사기 등 경미한 범죄에 대해서도 전부 실시된다. 집행유예 기간이거나 가석방, 보호관찰 중인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재범 가능성, 특히 작은 범죄가 나중에 대형사건으로 연결되는 경우에 대비한 작업이다.
법조 관계자들은 범죄 수사에 DNA 분석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뉴욕 주는 2000년부터 DNA 데이터베이스화 작업을 시작해 25만 건의 샘플을 이미 확보한 상태. 현재까지 4000건의 사건 수사에서 관련 자료가 활용됐다.
뉴욕 주 외에 30여 개 주에서도 광범위한 범죄자 DNA 정보화 작업이 진행 혹은 추진 중이다. 일부 주는 기소 전 체포 단계에서부터 용의자의 DNA를 채취한다. 면봉으로 입 안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DNA 정보의 남용 가능성이 높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연방 상원에서도 유사 법안이 수차례 올라왔으나 이런 이유로 통과되지 못했다.
뉴욕시민자유연합의 크리스토퍼 던 부책임자는 “DNA는 단순한 지문 정보와는 달리 엄청난 양의 신상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스피처 주지사는 이를 감안해 범죄 수사나 처벌과 함께 억울한 피의자 구제에도 DNA 정보 활용의 초점을 맞췄다. 억울한 사람들의 누명을 신속히 벗겨 주고 잘못된 기소가 이뤄지게 된 과정을 분석, 반영하는 별도의 기관(가칭 무죄위원회)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도 이 때문.
스피처 주지사는 “이 법안은 범죄자를 처벌해 정의를 세우는 동시에 억울하게 붙잡힌 사람들을 풀어주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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