꽹과리와 장고소리가 흥겨운 장단으로 이들을 맞았다.
뱃길인 부산~쓰시마(對馬)~후쿠오카(福岡) 등 일부 구간을 빼면 서울에서 도쿄까지 꼬박 1090km를 걸어온 일행의 얼굴에서 지치고 피곤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한 공식 사절단인 통신사를 처음으로 파견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인 1607년.
이를 기념해 조선통신사가 지나간 그 길을 다시 걸으며 한일 우호의 중요성을 되새겨보는 '21세기 조선통신사 서울~도쿄 우정 걷기'행사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일본인 32명과 한국인 11명(재일교포 포함)으로 구성된 행렬이 서울을 출발한 것은 지난달 1일. 이들은 용인 충주 문경 예천 안동 울산을 거쳐 지난달 20일 부산에 도착했다.
일본에서는 쓰시마 후쿠오카 오사카(大阪) 교토(京都) 나고야(名古屋) 시즈오카(靜岡) 가와사키(川崎) 등을 지나왔다. 최종 목적지인 에도(江戶·도쿄의 옛 이름)에 입성한 것은 서울을 떠난 지 꼬박 46일 만.
왕궁 앞 광장에 도착한 행렬은 40명 정도였지만 일부 구간만 참가한 인원까지 합하면 모두 250여명이 옛 조선통신사의 숨결을 호흡했다.
또 행렬이 지나는 곳마다 한일 두 나라의 국민들은 따뜻한 격려와 환영의 말을 건넸다.
후쿠오카 현 후쿠오카 시에 사는 오무라 미나코(大村美奈子·60·여)씨는 "안동에서 발을 다쳐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조선통신사 행렬이라는 이유로 치료비를 받지 않았다"면서 "한국인들의 따뜻한 정을 깊이 느꼈다"고 말했다.
400년 전에 비하면 교통이 비교할 수 없이 발달했지만 평균 연령이 65세인 일행에게 2700여 리는 멀고도 험한 길이었다.
하지만 참석자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남수 한국체육진흥회 서울지부 감사는 "미사여구가 필요 없다. 한 마디로 가슴이 벅차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통역을 맡아 양국 일행의 가교역할을 한 재일교포 강정춘(57·여) 씨는 "일본인들이 조선통신사들의 유물을 잘 보존하고 많은 연구를 해 놓은 데 대해 너무 놀랐다"면서 "조선통신사가 양국 역사에서 갖는 의미를 일본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앞으로 어떤 노력이든 하고 싶다"고 감회를 밝혔다.
우정 걷기 행사는 한국체육진흥회와 일본워킹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본보와 아사히신문이 공동 후원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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