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개발 10년 이상 지연 전망 = 미하일 프라드코프 러시아 총리는 지난달 동 시베리아의 사하공화국을 방문해 석유회사 임직원들에게 탐사 작업을 서두르라고 재촉했다.
이 같은 러시아 총리의 행보는 동 시베리아에서 원유가 충분히 나오지 않아 스코보로디노에서 연해주를 잇는 2단계 송유관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뒷받침했다.
러시아 경제지 졸로토이로크에 따르면 동 시베리아 원유 매장량은 한국 연간 소비량의 약 10배인 11억t. 하지만 러시아 석유 전문가들은 이곳에서 유전이 추가로 개발되지 않으면 2단계 송유관 공사가 전면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발견된 기름만으로는 2단계 송유관을 채울 만큼 경제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시베리아 중심 도시 이르쿠츠크 인근 타이셰트에서 스코로보도디노를 연결하는 동 시베리아 송유관 1단계 공사는 내년 말에 끝날 예정이다.
러시아 산업자원부는 "동 시베리아 유전 개발에 충분한 자금이 투입되면 2025년에야 연해주까지 보낼 송유 물량이 100% 확보될 것"으로 예측했다.
2단계 송유관 건설이 2012년 경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석유와 천연가스를 도입할 계획을 세웠던 한국과 일본의 기대와는 13년 정도 차이가 난다.
2단계 송유관 공사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러시아의 국가 전략에 변화가 온 것도 큰 요인이다.
러시아는 올해 1월부터 동 시베리아 유전과 천연 자원 수출을 국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빼고 있다. 러시아 최대 국영 가스 수출업체인 가스프롬은 "고유가 상황에서 자원 개발을 서둘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최대 수혜자는 중국? = 석유 소비국 상위권에 속한 한국과 일본은 1단계 공사 진척 속도를 보고 동 시베리아 유전 개발과 송유관 건설 시기를 앞당겨 잡았었다.
하지만 양국은 2단계 공사가 지연되면서 석유 수입 다변화 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2002년 73%에서 지난해 82%로 높아져 에너지 수입 다변화 정책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동 시베리아 유전 개발이 늦어져도 중국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2단계 공사가 늦어지는 데 따른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중국은 이미 송유관 1단계 공사 종착지인 스코로보로디노에서 헤이룽(黑龍江) 성 다칭(大慶)으로 연결하는 송유관 공사가 벌이고 있어 석유를 확보해 놓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당분간 사할린 유전 개발에 주력하고 시베리아에서 태평양 연안으로의 석유 수송은 시베리아 횡단 철도(TSR)를 통해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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