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은 이라크 반군이 결국 승리했다는 인상을 심어줄 것이며 이라크 파견군의 사기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데스먼드 스웨인·보수당 의원)
영국군이 왕위 승계 서열 3위인 해리 왕자를 결국 이라크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자 일간 인디펜던트는 17일 이 같이 비판 여론을 전했다. 한마디로 영국군이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영국군 수뇌부로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리처드 대너트 육군참모총장은 16일 "해리 왕자는 물론 그가 속한 연대가 이라크 저항세력의 표적이 돼 크게 위험해질 수 있다"면서 '수많은 구체적인 위협들'로 인해 해리 왕자를 이라크에 배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이라크 무장 세력이 해리 왕자의 이라크 도착에 대비해 '모종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위협을 가한 지 사흘 만에 내려진 것. 그동안 이라크에선 '그를 납치해 귀를 잘라낸 뒤 할머니(여왕 엘리자베스 2세)에게 돌려 보내겠다'는 등 온갖 위협설이 나돌았다.
해리 왕자의 대변인은 "그는 동료들과 함께 이라크에 갈 수 없게 된 것에 실망했지만 참모총장이 어렵게 내린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며 "이라크에 파병된 영국군과는 계속 '교감'을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왕자는 소속 부대인 블루스 앤드 로열스 연대와 함께 이라크 파병부대 순환 원칙에 따라 수 주 안에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 배치될 예정이었으며 이라크에서는 탱크부대를 지휘하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그는 한때 "동료들이 나라를 위해 싸우는데 나는 집에 엉덩이나 붙이고 앉아 있으려고 샌드허스트 사관학교를 나온 게 아니다"며 이라크에 파견되지 않으면 군을 떠나겠다는 의지까지 보였다.
영국 왕실의 남자들은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 실천을 위해 모두 군 복무를 자원한다. 해리 왕자의 삼촌인 앤드루 왕자도 19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 때 헬기 조종사로 참전한 바 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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