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법안 내용이 불법 체류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멕시칸 등 중남미계를 의식한 것이어서 한인 사회에는 크게 불리하다는 반응이다.
우선 한인들이 합법적인 영주권을 채택하는 데 많이 활용해 온 가족초청 이민을 대폭 축소했다. 전에는 시민권자 가족이 있으면 이민을 신청하고 기다리면 됐지만 이제는 교육수준, 영어구사능력, 직장경력 등을 심사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불법 체류자 양성화를 위해 불법 체류자임을 밝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자진 신고 후 벌금 5000달러를 납부하면 4년 기한의 ‘Z비자’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일하게 하도록 한 뒤 나중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한인들에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동석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소장은 “미국 정치권이 이번 법안을 마련하면서 전반적으로 인구가 훨씬 많은 멕시코계 이민자들을 배려하는 바람에 한인들에겐 불리한 조항이 많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매년 40만∼60만 명을 받아들이는 초청노동자 프로그램도 멕시코계를 겨냥한 것이다. 2년 기간으로 미국 내 취업을 허가한 뒤 1년간 본국으로 돌아가서 신청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새 법안은 불법 이민자 양성화와 함께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불법 이민자를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선에 담장을 구축하고 국경 순찰요원을 늘려 국경 감시를 강화할 뿐 아니라 체포되면 즉각 추방토록 했다.
미국 내 작업장에서 고용하는 모든 인원에 대한 취업자격 검증도 강화해 불법 체류자를 적극 색출해 내기로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민개혁법안을 2005년 상원에서 통과시켰으나 하원은 의견이 달랐다.
올해 4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이민개혁을 추진 중인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합의가 이뤄짐으로써 한고비는 넘긴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미국인구의 5%인 아시아계 아이비리그 학생 20% 차지▼
미 CNN이 17일 ‘미국 속의 아시아계’라는 1시간짜리 특집 프로그램에서 아시아계가 대학 진학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를 비롯해 아시아계 미국인의 현재와 미래, 미국 사회가 아시아계에 갖는 인식 변화를 분석했다.
CNN은 아시아계를 ‘모델이 되는 소수인종(model minority)’으로 소개했다. 아시아계의 교육수준은 미국 내 다른 인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대학졸업자 비율이 49%로 미국 전체 평균(24%)의 2배에 이른다. 아시아계 학생들은 대학입시에서도 놀라운 성적을 거둔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는 미국인 누구나 선호하는 아이비리그(동부 8개 명문 사립대) 진학 비율. 전체 미국 인구의 5%에 불과한 아시아계가 하버드대 재학생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비리그 전체로는 아시아계 비율이 20%로 추산된다. 성적으로만 학생들을 선발한다면 그 비율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높은 교육수준은 소득으로 연결된다. 2006년 기준 아시아계의 가구 중간소득(인구 분포상 중간에 위치하는 계층의 소득)은 6만1094달러로 미국 전체 평균(4만6326달러)보다 훨씬 높다. 미국 사회 주류를 자처하는 백인(4만8554달러)보다도 월등히 높다.
CNN은 아시아계가 대학입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뛰어난 유전자’를 거론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교육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이 프로그램은 로스앤젤레스 한인 교포 사회를 예로 들면서 자녀를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한 학부모들의 희생이 큰 뉴스가 되며 교회에서 자녀들을 아이비리그에 진학시키기 위한 워크숍이 열리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러다 보니 학생들이 받는 과도한 스트레스 등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모두가 공부를 잘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많은 아시아계 학생은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우등생 스트레스로 고민한다는 것.
CNN은 미국에서 아시아계가 성장하면서 미국 사회가 이들에게 가져온 고정관념도 많이 변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TV나 영화에서 아시아계 남성들은 쿵후 같은 무술을 하는 사람으로, 아시아계 여성들은 마사지업소 종업원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지금은 이 같은 정형화된 캐릭터가 크게 줄었다는 것.
17일 미 인구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인구는 2006년 7월 1일 기준으로 2억9940만 명이며 이 가운데 히스패닉과 흑인, 아시아계 등 소수인종이 1억70만 명으로 1억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소수인종의 수는 9830만 명이었다.
소수인종 가운데서 히스패닉이 44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8%를 차지했다. 이어 흑인 4020만 명(13.4%), 아시아계 1490만 명(5.0%)의 순이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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