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 장관은 다음 달 24일 노동당 특별 전당대회에서 표결 없이 노동당의 차기 당수로 취임한다. 사흘 뒤인 27일에는 사임하는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서 총리 직을 물려받는다. 영국은 집권당 당수가 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총리가 된다.
브라운 장관으로서는 13년 만에 총리 직의 숙원을 이루게 되는 셈이다.
1994년 노동당 당수 존 스미스가 심장마비로 급사하자 당시 당내 40대 기수로 경합을 벌이던 토니 블레어와 브라운은 런던 북부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그라니타에서 만나 담판을 지었다. 브라운은 그라니타 회동 이후 갑자기 당권 경쟁을 포기하고 블레어 측에 합세했다.
블레어는 1997년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총리가 됐다. 그러나 그는 2001년, 2005년 총선이 끝나고 나서도 총리 직을 넘겨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노동당이 처음으로 3기 연속 집권 신화를 이뤄 낸 것은 블레어 총리보다 역사상 최고 재무장관으로 꼽히는 브라운 장관의 힘이라고 보는 의견이 많다. 노동당 집권 이후의 영국은 300년 내 가장 긴 기간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9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노동당은 이라크전쟁 등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지지율이 하락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2005년 보수당이 당시 39세의 신세대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을 선택한 후 지지도에서 노동당과의 격차를 계속 벌려 가고 있다. 노동당은 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보수당에 참패했다. 노동당으로서는 가능한 한 빨리 인기 있는 정치인을 차기 총리 후보로 확정해 2009년 총선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블레어 총리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말을 들어 온 만큼 그 역시 블레어 총리의 친미 정책노선을 계속 따를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그는 일단 “영국 총리와 미국 대통령 사이의 유대는 아주 강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견해를 밝히는데 그쳤다.
블레어 총리가 언론 플레이에 능한 천성적인 정치가 스타일인 데 반해 스코틀랜드 장로교 목사의 아들인 브라운 장관은 일벌레에다 둔하고 완고해 보인다. 블레어 총리는 휴가 중에는 꽃무늬 버뮤다 팬츠를 입고 카메라 앞에 등장하곤 했지만 브라운 장관은 언제나 정장에 넥타이 차림이다.
그러나 브라운 장관이 재무장관으로 쌓은 경험으로 국내 문제, 특히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 뚜렷한 실적을 낸다면 신선한 이미지 외에는 별로 내세울 게 없는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의 지지도를 따라잡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분석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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