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판사들 "나 테러위협에 떨고 있니"

  • 입력 2007년 5월 20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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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위험이 있으니 법원 앞에 주차장을 세우지 마시오?'

신변에 불안감을 느끼는 미국 연방법원 판사들의 반발로 법원 근처에 대형 주차장을 세우려던 시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17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오하이오 주 애크론의 연방 지방법원과 파산법원 판사들은 최근 도널드 플러스켈릭 시장에게 서한을 보내 "법원건물 앞 주차장 건설계획을 강행하면 사무실과 법정을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경고했다.

주차장이 들어서면 검문을 받지 않은 불특정 다수의 차량들이 드나들고, 차량폭탄 테러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 판사들은 "300명의 연방법원 판사와 직원들이 중대하고도 즉각적인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뜻 지나친 걱정으로 보이지만 판사들이 느끼는 테러 공포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지난해 6월 네바다 주 르노에서는 판사의 가족들이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부상했고, 2005년 시카고에서는 조앤 리프코우 연방법원 판사의 부모가 판결에 앙심을 품은 한 전기기술자에 의해 살해당했다.

현재 미국의 상당수 판사들은 2005년 제정된 법에 따라 자택에 보안장치를 설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존 애덤스 연방법원 판사는 "판사 테러가 잇따르는 것을 보고 호신 학원에 등록했고 사무실을 나갈 때는 권총을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미 상원은 올해 4월 '법원 안전과 개선을 위한 법'을 통과시켰다. 판사들이 금융관련 서류에 주소 같은 개인정보를 바꿔 적을 수 있도록 하고, 판사를 위협하려는 목적으로 그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사람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판사 경호원 수를 늘릴 수 있도록 2000만 달러의 추가 예산도 책정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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