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석유 재분배’ 새 불씨

  • 입력 2007년 5월 21일 03시 05분


이라크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석유법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미국의 도움을 받아 만든 이 법안은 쿠르드족과 시아파 밀집지역에 매장량이 몰려 있는 원유와 천연가스를 지역별로 고르게 배분하고, 그 개발을 위해 외국인투자가에게 관련 사업을 개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라크의 석유 매장량은 전 세계에서 3위이지만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외국 자본에 의한 상업적 개발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 따라서 법안 통과 여부에 글로벌 정유회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 정부도 석유의 재분배가 종파 간 갈등을 누그러뜨릴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8일 석유법안이 종파 간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을 가라앉히기는커녕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이 미국과 이라크 정부의 조바심 탓에 어설프게 급조됐다는 것.

규정의 허점 때문에 석유 판매로 얻는 이익의 분배 비율이나 방식에 오히려 더 많은 분쟁이 생길 여지가 있다는 것. 무엇보다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에 치우쳐 석유를 헐값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야지드 하산 의원은 “석유법은 이라크의 미래 정체성을 결정하는 핵심 법안”이라며 “남들(미국)의 일정에 따라 서둘러 통과시킬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미 회계감사원(GAO)은 이르면 이번 주에 “이라크의 석유가 하루 10만∼30만 배럴씩 사라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주 뉴욕타임스도 이라크전쟁 이후 4년간 어디론가 새어 나간 이라크 석유의 가치는 배럴당 50달러로 계산했을 때 70억∼22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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