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난민캠프를가다]우간다 창괄리-탄자니아 루콜레

  • 입력 2007년 5월 26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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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응석 부릴 나이에우간다 창괄리 난민촌 아이들은 한창 응석을 부릴 나이에 온갖 노동 현장에 내몰린다. 배불리 먹지 못해 앙상한 몸으로 집을 짓느라 흙을 고르고 반죽을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한창 응석 부릴 나이에
우간다 창괄리 난민촌 아이들은 한창 응석을 부릴 나이에 온갖 노동 현장에 내몰린다. 배불리 먹지 못해 앙상한 몸으로 집을 짓느라 흙을 고르고 반죽을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애처롭다.
흙 범벅된 공책 꼭 쥐고…탄자니아 루콜레 난민 캠프에 사는 어린이가 신기한 듯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손에는 흙 범벅이 된 공책을 들고 있지만 제대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어 아이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흙 범벅된 공책 꼭 쥐고…
탄자니아 루콜레 난민 캠프에 사는 어린이가 신기한 듯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다. 손에는 흙 범벅이 된 공책을 들고 있지만 제대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어 아이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에티오피아 케브리베야 난민 캠프에 이어 17∼20일은 우간다 창괄리 캠프, 21∼23일에는 탄자니아 루콜레 캠프를 찾았다.

비행기와 버스를 수차례 갈아타고 찾은 두 캠프의 난민 생활도 비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젖먹이들은 말라 버린 엄마 젖에 매달려 칭얼댔다. 배고픔을 이기고 용케 자라난 아이들은 학교 대신 생활전선에 내몰려 노동을 착취당했다.

고단한 캠프 생활을 견디게 하는 것은 ‘고향 땅을 밟고 말리라’는 의지. 고향 생활이 난민 캠프만큼 끔찍했던 사람들은 제3국에서의 새 보금자리를 꿈꾸고 있었다.

▽밭 갈고 집 짓는 코흘리개=기자가 찾은 우간다 서남부 지역의 창괄리 난민촌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1만9500여 명의 난민은 정부의 ‘자립지원사업’에 따라 1인당 150m²(약 45평)의 토지를 제공받아 농사를 짓는다. 생산량의 절반을 시장에 내다 팔아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초등학교가 5개, 초등 부설 유치원도 있다.

그래도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소년소녀가장이 많은 데다 농번기에는 농사일을 거드느라, 농한기에는 시장에서 장사를 돕느라 학교에 갈 틈이 없다. 아이들은 혼자서 밥 먹을 나이가 되면 집안 청소부터 물 길어 오기, 밭 일구기, 집 지을 흙 반죽하기 등 온갖 일을 거들어야 한다.

아이들은 엉덩이가 다 보이는 해지고 찢어진 옷에 언제나 맨발 차림이었다. 모래진드기로 썩어 가는 발가락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페니실린 외에는 약이랄 것도 없어 어린이의 80%는 발(족·足)병을 앓고 있었다.

탄자니아 난민촌 사정은 더욱 열악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수용해 68만3370명의 난민이 있고 이 중 3만8900여 명의 난민이 루콜레 난민촌에 산다.

탄자니아 난민들은 험난한 산세에 갇혀 지내며 턱없이 부족한 배급품에만 의존해 생활한다. 난민들은 허기진 배를 안고 먹을거리와 땔감을 찾으러 캠프를 벗어났고 캠프 밖을 나선 사람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사인 모를 주검으로 돌아왔다.

▽제3국행 티켓은 250장 불과=난민촌 사람들의 공통된 희망은 난민촌을 벗어나는 것.

우간다 창괄리에서 만난 존 올웬위(19) 씨는 15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서 꿈에도 그리던 귀환증명서를 받아들고는 살던 집도 부수고 고국인 수단 땅을 밟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 “1993년 반군의 공격으로 부모를 잃고 형들과 난민촌에 들어와 학교도 다니지 않고 옥수수 농사를 지었어요. 돈 모아서 고향에서 농사도 짓고 공부도 하려고요.”

20대인 조세핀 칼라스 씨도 10일 귀환증명서를 받았다. 고향에서는 3년 전 먼저 떠난 남편이 기다리고 있다. “배가 고파요. 증명서를 받아 든 날부터 돈을 마련하려고 모든 걸 팔고 굶었어요.”

그렇지만 근처에 사는 조세핀 케니라니(27) 씨는 두 번 다시 고국인 수단으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다. “2003년 반군들이 집에 들이닥쳤어요. 남편의 행방을 대라며 마구 때리고 저를 번갈아 성폭행했어요. 그때가 임신 3개월이었지요.” 케니라니 씨는 다섯 살이 된 아들과 함께 제3국으로 갈 희망을 안고 산다.

탄자니아 루콜레 캠프에서 아들 셋과 살고 있는 하리니마나테고 사베라(28) 씨는 다음 달 1일 호주로 떠난다. 남편이 없어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고 어린 자녀가 있어 유엔난민기구가 마련한 ‘제3국 재정착자 선별 기준’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고국인 부룬디도, 루콜레 캠프도 지옥 같아요. 그곳은 천국이겠죠. 배고프지도 않고 아이들이 학교도 다닐 수 있는….”

올해 루콜레 캠프에 할당된,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제3국으로 갈 수 있는 ‘천국행’ 티켓은 모두 250장이다.

후원=한국언론재단·UNHCR

글·사진=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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