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발 비행기로 모스크바에 온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최근 자국의 사태를 두고 이렇게 입을 모았다.
우크라이나 정국은 준(準)비상사태다. 대통령과 총리, 장관 차관의 편 가르기가 계속되고 고위 관리들의 항명 파동도 꼬리를 문다. ‘콩가루 집안’이란 말을 연상시킬 정도.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은 24일 의회가 지명한 스뱌토슬라프 피스쿤 검찰총장의 해임을 명령했다. 그러나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를 지지하는 피스쿤 총장은 “법원이 나의 직위를 복원시켰다”며 버티고 있다.
검찰청사 앞에서는 내무부 소속 병력과 대통령 경호대가 실랑이를 벌였다. 내무부 소속 병력은 총리를 지지하는 바실 추시코 내무부 장관의 말에 따라 검찰총장 직무 해임을 막았고 대통령 경호대는 대통령 명령 집행에 나섰다.
26일에는 내무부 병력 수천 명이 장관의 말을 무시하고 키예프로 이동했다. 이들이 장관 명령 불복종에 나선 것은 장관과 차관 간의 갈등 때문이다.
유셴코 대통령이 내무부 소속 병력을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는 명령을 내놓자 대통령 지지자인 미하일로 코르니옌코 차관은 장관의 말을 듣지 않았다. 키예프 외곽에 있던 내무부 병력은 ‘대통령에게 충성’을 외치며 근무지를 이탈했던 것.
내무부 병력은 1991년 사회주의 붕괴와 2004년 오렌지혁명 당시 우크라이나 국내 질서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곧 쿠데타와 같은 정변이나 계엄령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돈다.
사태가 극도로 악화되자 27일 유셴코 대통령과 야누코비치 총리는 심야 회동 끝에 “정치 위기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9월 30일 총선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총선 때까지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통령-총리 이중 권력에 따른 내각 편 가르기와 시위가 끝이 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태의 근본 원인은 유셴코 대통령과 야누코비치 총리 간의 권력 다툼이다. 오렌지혁명의 주역인 유셴코 대통령은 올해 4월 야누코비치 총리가 이끄는 다수당인 지역당의 ‘의원 빼가기’에 맞서 의회 해산을 명령했다. 대통령의 의회 해산 명령에 총리는 위헌이라며 불복했고 헌법재판소는 위헌 결정을 유보했다.
정치평론가 이반 사프란추크 씨는 “오렌지혁명 세력의 권력 되찾기에 반발하는 야누코비치 지지자 간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질서 회복은 어렵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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