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희귀자원은 중국이 세계시장을 독점하다시피 공급해온 상태여서 중국의 수출제한은 자칫 세계적인 자원파동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대부분 희귀금속을 수입해온 한국은 컬러TV와 반도체 등 관련 산업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43개 희귀자원 일제히 관세 올려=중국 재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희토와 텅스텐 니켈 천연흑연 등 세계적으로 희귀한 비철금속 43종의 수출 관세를 5~15%씩 올리겠다고 22일 발표했다.
27일 신화(新華)통신 보도에 따르면 천연흑연과 희토 금속, 정련한 납, 산화디스프로슘, 등 21종 비철금속은 10%의 관세가 새로 부과된다. 암모늄과 몰리브덴산암모늄 마그네사이트 산화마그네슘 등 6개 품목은 5~15%씩 관세가 새로 붙는다.
텅스텐과 니켈 망간 몰리브덴 등 9개 제품은 현행 10%의 관세가 15%로 오른다. 형석 등 7개 제품도 현행 5~10%의 관세가 각각 5%포인트씩 오른다.
▽명목상 무역흑자 감소, 실제론 자원민족주의=중국 정부는 이날 43개 희귀자원의 관세를 신규로 부과하거나 기존 관세를 올리는 것 외에도 80여 종의 철강제품 등 99개 상품의 수출 관세를 5~10%포인트씩 올리고 209개 상품의 수입관세는 1~16%포인트씩 내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록적인 무역흑자가 예상돼 수출품의 관세를 올리고 수입품의 관세를 내림으로써 무역불균형을 바로잡겠다는 게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명목이다.
지난해 1775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던 중국은 올해 예상 무역흑자가 2540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무려 42.8%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세계매장량의 상당부분을 갖고 있는 희귀자원의 수출을 통제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자원의 조기 고갈을 방지하고 다른 나라에 대한 자원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이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화통신은 "'공업의 치아'로 불리는 텅스텐은 중국이 세계소비량 70%를 대고 있다"며 "몇 년 전까지 세계 매장량의 45%였던 중국의 매장량이 최근엔 35.5%까지 떨어졌다"고 전해 자원고갈 방지가 주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희토 역시 전 세계 소비량의 80%를 중국이 공급하고 있으며 수출량이 1990년보다 9배나 늘었다는 것. 이 속도로 수출을 계속하면 세계 최대 희토 광산인 바오터우(包頭) 광산은 30년 내에 없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파장과 전망=희귀자원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은 가격인상보다 더 무서운 게 자원의 공급부족에 따른 파동이다.
지난해 한국은 흑연 수입량의 82%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했다. 희토류 역시 전체 물량의 27.6%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특히 중국은 이번 조치로 수출량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앞으로 더욱 관세를 올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주중 한국대사관 김동선 산자관은 "중국이 다른 나라의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정도로 자원통제를 강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근 중국의 자원민족주의가 점차 강화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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